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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1월의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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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장원

산 위의 바다- 대청봉에서

보았다,

산 위에도 큰 바다 있었음을

곧추 선 암벽 타고 가파르게 오른 높새

이어도 먼 숨비소리 등마루에 부려놓는

등 굽은 낚대 끝에 산맥들이 파도치고

흐르는 안개 위로 수평선을 긋는 아침

다투어 숭어가 뛰듯 불쑥 솟는

봉(峰), 봉(峰), 봉(峰)

백두의 동맥 잇고 살아 뛰는 푸른 맥박

햇살은 구름 속에 은비늘을 털고 있다

무서리 저리 내려도 식지 않는 피돌기여

첩첩 계곡 심해에도 한 움큼 볕은 들어

그늘 진 가슴 한 켠 붉은 울음 쏟아내면

설악은 제 키를 낮춰

나를 우뚝 서게 하네

*** 차상

새벽의 詩<최송아·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보정리>

내 길은 자옥이 물안개만 피워 올리고

눈뜨면 하늘가에 흩어지는 별빛 몇 점

이 새벽 만원 버스에 몸을 밀어 넣는다

어제 본 얼굴들이 흔들흔들 말이 없다

밀고 밀리면서 언제나 비탈져 보이는

신호등 사거리 지나 길이 또 휘어진다

차창의 얼굴들이 찌그러져 울고 있다

얼만큼 달려가야 길 끝에 닿을 것인지

끝없이 달리는 행보 바람만 몰아친다

푸른 차로를 따라 버스는 달려가고

흔들리며 손잡는 우린 서로 버팀목일까

말없이 기대는 등에 밀물지는 따뜻한 피

*** 차하

원단(元旦)<김종훈·울산시 남구 무거 1동>

개 한 마리 얼씬 않는

숫눈길을 헤매다가

인터넷 검색 창에

엉겁결에 쳐본 '귀향'

넘기는 페이지마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마당 너른 큰집과

지글거리는 아랫목을,

두렛상에 둘러앉아

비벼먹던 제삿밥을,

누구는 젖은 목소리로

'오마니'를 이야기했다

압축된 파일들이

풀려나는 길과 길들

물꼬 트인 그리움도

화면 밖으로 밀려나와

베갯잇 흠뻑 적시던

눈 오는 설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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