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계 핵 전문가 ‘간첩죄’ 전격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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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최근 한국계 핵 전문가인 스티븐 김(한국명 김진우)을 간첩죄 위반으로 기소한 사실이 30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미 국무부에서 선임보좌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6월 폭스뉴스 기자에게 북한 관련 정보를 누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기사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맞서 새로운 핵실험을 준비 중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6월 12일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담은 1874호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전날에 방송된 것이다. 폭스뉴스는 당시 정보 출처를 북한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조직원이라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이런 북한의 움직임이 감지된 정보가 대통령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직보되는 고급 정보라고 밝혔다.

이 보도는 문제 삼을 정도로 특별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여부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 정부는 북한 내 정보원의 존재 여부를 다뤘다는 사실을 걸고 넘어졌다. 법무부는 “김씨가 외부로 유출한 자료는 특정 국가의 군사력과 미국의 정보원, 정보수집 방법이 포함된 1급 기밀”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크리스 법무부 차관보는 성명에서 “기밀정보를 의도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라며 “기소는 민감한 국가안보 관련 자료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밝혔다.

올 43세인 스티븐 김은 9세 때 부모와 함께 도미해 뉴욕에서 성장했다. 조지타운대를 나와 하버드대 석사, 예일대 박사과정을 마친 뒤 2000년 국립핵연구소인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북한과 이란 핵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면서 국무부와 국방부, 국가안보회의(NSC) 등 미 정부 내 여러 기관에서 핵정보 전문가로 일했다. 한때 딕 체니 부통령실에 보좌관으로 파견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기소된 사건은 지난해 6월 미 국무부 검증·준수·이행국(Bureau of Verification, Compliance and Implementation)에 선임보좌관으로 근무할 때 벌어진 일이다.


한편 언론 보도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한 사실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언론 자유와도 관련된 문제여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 정부는 최근 적발된 러시아 스파이 10여 명에 대해서도 간첩죄로 단죄하지 않았다.

스티븐 김의 변호사인 아베 로웰은 기소 직후 성명을 내고 “공무원과 언론 간의 평범하고 정상적인 대화를 간첩죄로 단죄하는 것은 아주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김은 해당 기자와는 친구 사이로 만난 사실을 인정했지만 정보를 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김씨는 해당 언론사 기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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