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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규제 없어도 소득 감안해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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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8·29 부동산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일시 폐지된 뒤에도 시중은행들은 고객의 소득 수준을 감안해 주택대출의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소득 없는 사람에게까지 집값의 절반을 빌려주는 ‘묻지마 대출’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30일 각 은행은 이 같은 내용의 8·29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의 골격을 잡았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수도권(강남 3구 제외) 실수요자에 대한 DTI 적용을 금융회사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은행들로선 정책 취지에 맞게 DTI를 크게 완화하면서, 동시에 부실 발생은 막을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야 할 입장이다.

이론적으로 DTI가 폐지되면 소득이 아예 없어도 담보인정비율(LTV) 한도까지 대출해줄 수 있다. 수도권(투기지역 제외)의 LTV는 50%이기 때문에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실제 2006년 DTI 규제가 도입되기 전엔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나 가정주부도 LTV 한도까지 대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과거처럼 무작정 DTI를 풀어주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주택대출이 부실화되는 걸 막으려면 상환능력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회의를 열고,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고객에 한해 LTV 한도까지 대출해 주기로 결론을 내렸다. DTI 규제를 풀어주되 대출자가 소득을 입증해야 하는 최소 기준을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따로 소득 기준은 만들지 않는 대신 창구에서 대출자의 소득을 파악해 재량껏 대출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은행 김종완 개인여신부장은 “원리금 상환능력은 DTI 규제가 없더라도 기본으로 봐야 하는 사항”이라며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해줄 순 없기 때문에 각 지점에서 알아서 상환능력을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박승우 개인여신심사부장도 “소득 입증 자료 없이 대출하는 건 생각할 수 없다”며 “여러 가지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신한은행도 구체적인 적용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TI 규제 완화는 다음 달 중순께 모든 은행이 동시에 적용할 전망이다. 은행 내부규정을 바꾸고, 무주택·1주택 여부를 확인하는 국토해양부 주택전산망 조회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금감원은 1, 2금융권 여신 담당자를 모아 설명회를 열었다.

한편 금감원은 가계에 대한 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 확대 유도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현장 점검을 하기로 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417조원으로, 이 중 91.3%가 대출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형 상품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들에 대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나 코픽스 잔액기준 대출을 많이 취급하도록 당부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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