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본인 기준 가족부' 국회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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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26일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 폐지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에 대비해 개인의 가족관계를 입증할 대안으로 '본인 기준의 가족기록부'를 마련해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제시한 '본인 기준의 가족기록부'는 개인별로 한 개의 신분등록부를 만들고 여기에 본인의 신분사항 및 가족의 인적사항과 사망 여부를 함께 기재하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10일 발표했던 '혼합형 1인1적(1人1籍)제도' 방안과 사실상 같은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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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이날 이미 발표한 1인1적 제도를 일부 수정해 법무부 안과 비슷한 자체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와 대법원 관계자는 "두 방안은 가족의 사망 여부 표시 등 세부적인 차이가 날 뿐 개인 단위로 신분등록부를 만든다는 큰 틀은 같다"면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최종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조만간 대법원과 법무부가 각각 제시한 방안들을 토대로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짓고 호주제 폐지를 의결한 뒤 호적법을 대체할 새 신분등록법을 제정한다. 새 제도는 2007년께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가 호주제 폐지 후 새 신분등록제도 시행을 위한 유예기간을 2년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호주제가 폐지되고 새 신분등록제도가 시행되면 지금의 호적부는 대법원의 데이터베이스에만 남게 된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지난해 말 호주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여야 간 합의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로 했다.

◆ 현행 호적제도=현재 호적제도는 남성인 호주가 기준이다. 여성은 결혼 전에는 아버지 호적에 올라 있다가 결혼 후에는 남편의 호적에 편입된다. 남편이 사망하면 아들의 호적에 들어가야 한다. 호적제도가 남성 중심의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또 호적등본에는 호주를 기준으로 배우자.부모.자녀 등 가족 구성원의 결혼.사망 등 모든 신상정보가 한꺼번에 담겨 있다. 개인의 신분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현재 호적등본은 친족뿐 아니라 제3자도 청구 사유만 있으면 발급받을 수 있다.

◆ 새 제도 도입되면=법무부와 대법원이 제시한 새 신분 등록부는 개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여성도 아버지.남편 등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등록부를 가질 수 있다.

가족사항에는 부모.자녀.배우자 및 형제자매와 배우자 부모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다. 기록되는 정보는 법무부 안의 경우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사망 여부다. 대법원 안에선 사망 여부는 자녀에 한정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모의 사망 여부를 표시하면 결손 가정이라는 점이 외부에 알려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본인의 신분사항에는 출생.입양.혼인.이혼 등 모든 변동사항이 기록된다. 이혼한 여성이 재혼한 경우 여성 본인의 기록부에는 이혼 및 재혼 사실이 기록된다. 그러나 새 남편의 등록부에는 현재의 가족관계만 표시되기 때문에 이혼 사실이 나타나지 않는다. 여성의 이혼 경력을 새 남편이나 제3자가 알기 위해서는 청구 사유와 소명자료를 거쳐 행정관청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혼한 여성이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떼어놓고 재혼한 경우에는 자녀 등록부의 부모란에는 이혼 전과 마찬가지로 친부모가 기록된다. 아이의 친부모가 이혼한 사실은 부모의 등록부를 각각 확인해야 알 수 있다.

입양하는 경우에는 부모의 등록부와 입양된 아이의 등록부에 입양 사실이 나타난다. 아이의 성(姓)이 바뀌지 않는 일반 입양의 경우 아이의 등록부에 생부모.양부모가 함께 기재된다. 민법 개정안에서 도입될 '친양자 제도'에 의해 입양된 아이는 성이 바뀌게 돼 아이의 부모란에 친부모 대신 양부모만 표시된다.

기혼 여성의 가족사항에는 배우자.자녀.친정 부모.시부모와 함께 친정 형제자매의 인적사항이 적힌다. 현행 호적제도에서는 친정 쪽 형제자매는 기혼 여성의 호적에 나타나지 않아 형제 간의 신원 확인을 하려면 따로 제적부를 찾아봐야 한다.

본적과 관련, 부부와 미혼자녀는 원칙적으로 동일한 본적을 갖는다. 이때 본적은 부부가 협의를 통해 정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부는 각자의 본적을 유지하면서 미혼자녀는 아버지 본적을 따르도록 했다. 부부가 이혼할 경우 자녀의 본적은 친권자를 따르게 된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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