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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회오리] 2. 몸집 줄이기엔 성역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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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원감축도 불사한다."

200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입학정원을 전년 대비 16% 줄인 서울대 오성환 기획실장의 얘기다. 그는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교수당 학생 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대학 간 통합에 그치지 않는다. 정원감축.학과통폐합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모두 동원되고 있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구조조정 실적과 연계한 교육부의 재정지원 방침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 정원감축 가속화=서울대.고려대 등 명문대학들이 정원감축의 대열에 섰다. 올해 입학정원을 지난해보다 650명 줄인 서울대는 장기적으로 신입생 정원을 2500명선까지 감축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학과 통폐합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식품공학과와 동물자원과학과를 식품.동물생명공학부로 통폐합해 신입생을 뽑는 등 이공분야의 기존 6개 학과를 3개로 묶었다. 앞으로 국사.동양사.서양사학과를 하나로 합쳐 통합 역사학과(가칭)를 만들고, 정치학과와 외교학과도 통합할 예정이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12명을 줄인 고려대도 추가감축을 하기로 기본 방향을 정했다. 김인묵 입학처장은 "교수 충원만으로 한계가 있을 경우 학생 정원을 줄여 교육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3999명인 입학정원을 올해부터 100명 줄였다. 이와 함께 어문학부와 인문학부를 하나로 합치고 공학계열 5개 학부도 통합한다. 김준영 기획조정처장은 "정원감축과 교수충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2010년까지 교수 대 학생 비율을 현재의 1 대 24에서 1 대 20까지로 끌어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오재응 기획처장은 "올해 입학정원을 20명 줄인 데 이어 내년 이후 추가로 감축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경쟁력 높이기에 사활 건 지방대=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방대들의 몸부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산외대는 올해 입학정원을 지난해(2250명)보다 50명 줄인 데 이어 앞으로 4년간 매년 50명씩 정원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정경만 기획평가처장은 "정원감축과 함께 사회적 수요가 부족한 학과를 폐지하고 기업 요구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대도 내년 신입생 정원을 10% 줄이기로 했다. 이 대학은 기업의 채용 수요가 적은 일부 학과들의 통폐합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전북대는 학생 정원을 5% 이상 줄이고 유사 학과를 통합해 특성화를 모색한다는 구조개혁 방향을 마련했다.

대구대 강주호 기획처장은 "학생 정원을 줄여 대학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춘천의 한림대도 학과 구조조정에 나선다. 김진 기획처장은 "현재 단과대학들의 구조조정 의견을 수렴해 조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도 많아=대학의 구조조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정원감축이나 학과 통폐합에 교수 등 대학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 대학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한국외대는 올해 입시에서 학생 선택에 따라 학과별 정원을 조정하는 '자유전공제'를 도입했다. 교수.학생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학과 구조조정과 정원감축을 하기 위해 고안한 묘책이다. 자유전공제는 각 학과 정원의 5~15%에 해당하는 인원을 떼내 자유전공학부(서울캠퍼스 117명, 용인캠퍼스 169명)로 따로 모집한 뒤 2학년 진급 때 마음대로 전공을 선택하게 한 제도다.

안병만 총장은 "전체적으로 정원을 감축한다는 방침 아래 학생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학과의 정원은 과감히 줄이고 수요가 많은 학과의 정원은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는 자발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학과와 통폐합하는 단과대학에 우선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교수도 더 많이 뽑을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특별취재팀

김남중 차장, 이승녕.하현옥.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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