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3불’ 중 두 개 손질 … 예상 웃도는 종합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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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부동산 정책 종합세트’라고 할 만하다. 정부가 내놓은 8·29 대책 말이다. 이른바 ‘주택 3불 정책’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불가, 보금자리주택 공급 축소 불가, 투기지역 해제 불가 가운데 두 개를 손봤다.

핵심은 ‘DTI의 일시적 완화’다.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2년 내 매도 전제)를 대상으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실거래가 9억원 이하의 주택에는 내년 3월까지 은행이 DTI를 알아서 적용하게 된다. 수도권 360만 가구의 90% 이상이 해당된다. DTI가 5~10% 완화될 거란 업계 의 관측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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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실수요 거래조차 얼어붙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실수요자들의 거래 현황이 예년에 비해 도가 지나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정창수 국토해양부 1차관)

실제 6~7월의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06~2009년의 평균 거래량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 2009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택 거래량 감소는 서민 생활의 피해로 직결된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올 상반기 경기도에서 폐업한 중개업소는 3833개(전체의 15%)다. 서울 이삿짐업체는 96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줄었고(6월 말 기준),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5월 말 기준) 감소했다.

하반기 입주 물량이 대거 대기 중인 것도 정부의 고민이었다. 하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은 서울 1만7787가구, 경기도 5만6727가구 등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거래는 없는데 공급이 이어지니 현재 11만 가구인 미분양주택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성불가침’으로 간주하던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일부나마 손질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두다간 다른 제조업 부문의 경기 회복에는 물론 살아나는 소비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가을철, 그리고 내년 봄철 이사 시즌을 앞두고 효과가 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 정상화의 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8·29 대책의 배경이 됐다. 그래서 정부는 찔끔 해 보고 안 되면 다시 하는 식의 대증처방을 넘어 ‘화끈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획재정부 이석준 정책조정국장은 “하반기에 쏟아질 입주 물량을 앞두고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안 할 순 없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며 “향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어 과도한 대출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주택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점은 정부에 ‘부동산 폭등은 없다’는 자신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정부가 DTI에 손을 댔다는 것은 주택 시장 활성화에 관심이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도 “시장의 하락 기조를 완전히 반전시키지는 못해도 최소한 집값 급락에 대한 불안심리는 완화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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