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금리 인상 부담에 DTI 풀어도 대출 크게 안 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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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대출한도를 늘이겠지만 당장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8·29 대책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은 이렇게 정리된다. 이번 대책으로 은행권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주택담보대출을 늘일 계획이다.

익명을 원한 한 은행 관계자는 “DTI를 완전히 적용하지 않을지, 아니면 적용 비율을 완화할지는 좀 더 논의를 해야 하지만 종전보다는 대출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출규모가 확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금 같은 부동산 대세 하락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지 않으려는 게 실수요자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의 평균 DTI 적용 비율은 20% 수준이다. 강남 3구의 DTI 한도(40%)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DTI 문턱에 막혀 그동안 집을 못 샀다는 얘기가 아니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금리 인상이라는 부담 요인이 여전해 수요자들이 대출을 크게 늘릴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은행도 요즘 부쩍 가계대출 증가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 대출은 걱정할 수준까지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 가계대출 잔액 418조9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은 273조2000억원으로 65.2%를 차지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2003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2008년 2분기 60.9%였던 이 비중은 지난해 1분기 63.1%, 3분기 64.0% 등으로 8개 분기 연속 높아졌다.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대규모 부실 사태에도 한국에서는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앞으로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면 가계부실이 심화하고 결국 은행 부실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은행권이 DTI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도 무턱대고 주택담보대출을 늘일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4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 연체 기준)은 전월 말보다 0.09%포인트 상승한 0.5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말 0.55%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0.36%까지 떨어졌다 4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한 은행의 아파트 집단대출에서 연체가 생기면서 전체 연체율이 올랐다. 금감원 김영대 은행서비스총괄국장은 “은행들의 반기 결산이 끝난 후엔 연체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계속 올라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고 말했다.

김종윤·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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