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사람] "통계 챙겨보면 앞날 대비할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20년 전에 통계만 한번 더 챙겼더라도 한국이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인 나라'가 되진 않았을 겁니다."

최근 '한국인 당신의 미래'라는 책을 낸 오종남(53)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의 말이다.

그는 "인구 4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난리였던 1983년 7월에 이미 합계출산율(가임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대체출산율(인구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이하인 2.08명으로 떨어져 있었다"며 "이 2.08명이란 통계에 주목했다면 예비군 훈련 때 정관수술을 해주는 식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밀고 나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는 이처럼 중요하지만 일반인에겐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게 문제다. 2년7개월(2002~2004)간 통계청장을 지냈던 그는 이 책에서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도록' 통계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다고 했다.

'2003년 한국의 이혼율이 47%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두집 중 한집이 이혼했다는 얘긴데 이상하지 않은가. 이는 연도별 혼인 건수와 이혼 건수를 단순 비교한데서 나온 오류다. 혼인 건수는 2002년 한해에 결혼한 숫자지만 이혼 건수는 그해 이혼했을 뿐 결혼한 시점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이 안되는 숫자를 비교하면 이런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89쪽)는 식이다.

오씨는 이 책에서 예상수명이 계속 길어지는 한국인들의 노후 대책도 딱잘라 제시했다. 자식에 대한 투자를 반으로 줄이고 차액을 당장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선진국 같은 사회안전망도 없고 자녀의 봉양을 기대할 수도 없으니 자신에게 투자를 해놓지 않으면 결과가 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투자를 반토막내기가 과연 쉬울까? 이에 대해 오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사교육은 대개 남을 따라가는 허영에 불과합니다. 저는 아이들 과외 안시키고 대학졸업 후 바로 취직하도록 했습니다. 대학원이나 유학은 아이들이 원하면 스스로 길을 찾을 겁니다. 그게 자녀도, 나도 사는 길입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