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변호사단체 '시변'출범에 기대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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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권력 감시와 소외계층 권리 구제를 목표로 한 중도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이 어제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보수 성향의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에 이어 제3의 변호사 임의단체가 탄생한 것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기존 변호사 단체들이 권력화하거나 지나치게 이념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민변이 인재 공급원 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권력 집단으로 변모했고, 헌변은 체제 옹호와 이념 논쟁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념을 둘러싼 변호사 단체들의 편 가르기는 대통령 탄핵심판과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 과정 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헌재와 헌재 재판관을 모독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변이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법률가 집단마저 양 극단으로 갈라져 이념 논쟁에 매달린다면 남는 것은 갈등과 반목일 뿐이다. 따라서 변호사 사회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를 통해 건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변이 출범 선언문에서 제시했듯이 그래야만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서 시민 개개인의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

시변이 당장의 활동 목표로 언론 관계법 및 사학법과 과거사법의 위헌성을 검토키로 한 것도 기대를 모은다. 이를 둘러싼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차제에 위헌적 요소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연내에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6명이 교체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단체들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시변이 이에 대해서도 합리적 감시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코드'에 맞는 인물보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인물이 대법관에 뽑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