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떳떳지 못한 민주 '입각설'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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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에서 실제로 입각 제의를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정략적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유감이다."(청와대)

"노무현 대통령과 친한 여권 인사라면 노 대통령의 의중이 들어간 것이다. 명백한 야당 파괴공작이다."(민주당)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입각 제의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5일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교육부총리 제의를 받은 데 이어 24일에는 미국에 체류 중인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에게도 지난 연말 입각 제의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급속히 확산됐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공식 논평으로 "뭔가 기획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의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즉각 "노 대통령이 추 전 의원에게 입각을 제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공세를 그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을 염두에 둔 정략적 시도"라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급기야 이낙연 원내대표와 이정일 의원에게도 각각 행자부장관과 농림부장관 제의가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결국 27일 총리와 민주당 의원들의 국정간담회마저 무산됐다.

청와대 측은 25일 "직접 입각을 제의한 일은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추 전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에게서 입각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이를 제의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정일 의원도 "친한 여당 의원들과 사석에서 농담삼아 나눈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아무리 포용인사를 내세워도 김효석 의원에게 은밀하게 입각을 제의했던 노 대통령의 인사 행태는 적절치 않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통합설이 끊이지 않는 민주당 소속 의원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인들마저 부인하는 입각 제의설을 내세워 정치공세를 벌이는 민주당의 태도도 결코 떳떳지 못하다. 확인되지 않는 더 이상의 '입각 제의설'은 자칫 민주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박소영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