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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일본 도요타는 돈을 많이 벌고도 임금을 안 올린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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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에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자동차를 아시죠. 이 회사는 지난해 10조원이나 이익을 냈으면서도 올해 임금을 올리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기업들이 직원들의 임금을 조정할 때 '작년에 회사가 얼마 벌었느냐'하는 것도 고려하지만 '올해 이익이 얼마나 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기업들은 돈을 벌어 어디에 쓸까요. 낡은 시설을 바꾸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주식회사라면 주주들한테 이익도 나눠주고(배당), 또 열심히 일한 직원들 임금도 올려주지요. 대부분의 회사는 이 중에서 시설.제품개발 투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좋은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죠. 그러면 결국 다른 경쟁 회사에 밀려 회사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지난해 돈을 꽤 벌었는데 올해 영 수지가 맞지 않을 것 같은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이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님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투자를 해야겠는데, 그러려면 지난해 번 돈을 아껴놨다가 쓸 수밖에 없겠구나. 주주와 직원들에게 '회사가 힘드니 좀 참아 달라'고 설득해 배당을 줄이고 임금은 올리지 말아야겠네"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에요. 그래서 지난해 돈을 많이 벌었더라도 올해 힘들 것 같으면 임금을 동결하는 것이지요.

도요타가 임금을 올리지 않은 것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기름이 적게 들면서 튼튼한 새로운 차를 개발하는 데 돈을 쏟아 붓기로 한 것이지요.

경기가 너무 나빠 앞으로 적자를 크게 볼 것 같으면 직원들과 의논해 연봉을 깎을 때도 있어요. 적자가 쌓이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요. 은행들도 돈을 잘 안 빌려주죠. 제품도 팔리지 않고 돈 들어올 곳이 없으면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해요.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빠질 수도 있지요. 이 때문에 임금을 줄여서라도 적자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성과급은 어떤 때 주는 돈인가='올해 장사가 잘 되겠다'거나 '어렵겠다'는 회사 사장님의 전망이 꼭 맞을까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연초에 임금을 큰 폭으로 조정하지 않고 대신 성과급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요. 수익이 많이 날 것 같아도 연봉은 일단 조금만 올립니다. 그러다가 연말을 기다리죠. 직원들이 고생한 결과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줍니다. 삼성전자나 포스코가 이런 방식으로 성과급을 줍니다.

성과급 제도를 이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또 다른 좋은 점도 있어요. 직원들은 일이 많으면 휴가를 못 갈 수도 있고, 휴일에 일해야 할 경우도 생겨요. 그러면 회사는 그 사람이 버는 '보통의 하루 임금'에 못 쉰 날짜만큼 곱해서 돈(수당)을 줍니다. 임금이 높아지면 이 돈도 많이 줘야 해요. 하지만 성과급은 '특별한 소득'이어서 '보통의 하루 임금'을 계산할 때 빠진답니다. 결국 성과급 제도를 택한 기업은 수당으로 나가는 지출을 줄이게 되는 거지요.

◆임금 조정은 노사 대화로=임금을 얼마나 올릴지, 성과급은 이익의 몇 %를 줄지 하는 것 등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경영자)과 근로자 대표 단체(노동조합 등)가 서로 대화를 해서 정하는 게 보통이에요.

대체로 경영자는 임금을 많이 올리기보다는 회사를 키우는 투자에 돈을 쓰고 싶어하고, 근로자는 조금이라도 더 받았으면 하지요. 이런 차이가 있기에 양쪽이 만나 지난해 회사가 이만큼 벌었고, 올해 전망은 이러하니 임금은 이 정도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서로 의견을 내서는 합의하는 것이랍니다. 근로자 대표 단체가 없는 회사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경영진이 월급을 짜게 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우수한 인재들이 그 회사에 오지 않아요. 유능한 인재가 없으면 회사는 크게 발전하지 못해요.

지난해 말 휴대전화기를 만드는 팬택이라는 회사에서는 좀 색다른 일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수출을 많이 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자꾸 떨어져 올해에는 이익이 많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똑같은 1억달러어치의 물건을 팔아도 1달러에 1200원일 때는 1200억원어치 판 것이 되는데 달러 가치가 떨어져 1달러에 1000원이 되면 1000억원 밖엔 못 판 것이 되는 이치지요. 이런 사정을 생각해 생산직 근로자 대표 단체가 먼저 회사에 '임금을 올리지 말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경영자 대표가 오히려 "무슨 소리냐, 10% 올려주겠다"고 했답니다. 팬택에 물어보니 "10%를 올려주는 것은 좀 버거웠다. 하지만 임금 인상으로 직원들 사기가 오르면 예상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권혁주 기자

*** 연봉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기본급에 실적 따라 +α

엄마.아빠가 회사에서 받는 연봉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연봉은 기본급에 능력급을 더한 것입니다.

기본급은 지위가 높을수록, 또 회사에서 오래 일했을수록 많아집니다. 지위와 일한 연수가 같으면 대부분 기본급은 같습니다. '임금 인상'이란 이 기본급이 얼마나 오르는가를 말합니다. 능력급은 개인이나 부서가 지난해에 얼마나 일을 잘했는가에 따라 올해 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일 잘한 사람이나 부서가 더 많이 받겠지요.

연봉에서 기본급과 능력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회사마다 차이가 납니다.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KT가 약 75%, 포스코는 85%입니다.

연봉을 받는 방식도 회사에 따라 다릅니다. 연봉을 열둘로 나눠 매달 받을 수도 있고, 열넷으로 나눠서 월급처럼 매달 받고 남는 둘은 설과 추석에 각각 하나씩 받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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