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 下. 의원 투표 - 이념 성향 비교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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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9월 본회의 표결에서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에어컨.골프용품 등에 매기는 특소세를 폐지하자는 내용이었다. "경기 활성화도 좋지만 상류층에게 지나치게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는 게 그의 반대 이유였다. 소신 투표형으로 분류되는 그는 본지 이념 조사에서 진보 쪽에 치우친 '3'을 자신의 이념치로 꼽았었다.

안 의원과 달리 환경부 장관을 지낸 같은 당 한명숙 의원은 특소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14개 안건 모두 당론대로 투표했다. 전형적인 '당론 충실형'인 한 의원은 자신이 약간 진보 쪽인 '4'쯤에 해당한다고 했었다.

반대 당론을 어기고 신문법 개정안에 찬성한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이념 조사에서 중도인 '5'를 골랐었다. 반면 신문법을 비롯해 모두 당론에 따라 투표한 유승민 의원은 보수 쪽으로 기운 '7'을 자신의 이념치라고 밝혔었다.

본지가 17대 의원의 투표 성향과 이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여당 내 소신 투표형 의원의 이념 평균치가 3.5로 집계됐다.

여당 당론 충실형 의원은 4.2, 한나라당 소신 투표형은 4.6이었다. 한나라당 당론 충실형은 5.5로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양당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의원들이 당론을 덜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유형별 이념적 차이는 여당 당론 충실형과 한나라당 소신 투표형이 0.4로 가장 가까웠다.

여당의 소신 투표형과 당론 충실형 간에는 0.7, 한나라당 소신 투표형과 당론 충실형 간에는 0.9의 차이가 났다.

지난해 국회에선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각종 법안을 둘러싸고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이 양당 강경파들의 반발에 부닥쳐 파기된 적이 있다. 강경파(여당 소신 투표형과 한나라당 당론 충실형이 많이 포함됨)가 국회 운영을 주도할 경우 서로의 이념 차이가 커 대치 정국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념적 차이가 가장 적은 여당 당론 충실형과 한나라당 소신 투표형 간에는 타협의 여지가 넓다"면서 "온건파를 중심으로 대화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것이 정당 갈등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소신 투표형에는 강기정.강성종.김원웅.김재윤.유시민.이광철.정청래.임종인 의원 등이 꼽혔다. 당론 충실형에는 김진표.문희상.원혜영.유인태.유재건.임채정 의원 등이 포함됐다.

한나라당에선 고진화.박세환.박형준.박희태.이재웅.이성권 의원 등이 소신 투표형으로, 김용갑.장윤석.정형근.전여옥 의원 등이 당론 충실형으로 분류됐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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