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 ? … 야당, 김태호 난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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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무총리에 지명된 뒤 스스로 ‘소장수의 아들’이라며 서민 이미지를 부각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난타당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도지사에 당선된 뒤 7억원 상당의 60평 아파트를 구입하려다 비난이 빗발쳐 포기한 적이 있고, 2년밖에 사용하지 않은 다이내스티 승용차를 7600만원짜리 에쿠스로 교체했다가 도민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김 후보자가 도지사 시절 서울 출장을 올 때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머물렀다. 호텔비로 모두 4800만원을 썼는데 이게 서민적 처신이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한 곳에 계속 간 것은 오히려 할인이 되어서고, 규정을 어긴 건 없다.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순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도청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가끔씩 집안일을 도왔다”고 해명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조사한 내용을 공개하자 사실을 인정했다. 강 의원은 “해당 직원은 도지사 사택에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했다. 우리 보좌관과 기자가 (그 직원을) 만났더니 ‘난 밥 하고 빨래한 것밖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추궁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안 왔다는 해명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부친의 재산 자료를 요구한 민주당 박선숙 의원과 김 후보자 사이에도 논쟁이 오갔다.

▶박 의원=“아버지가 정말 가난한 소장수였느냐.”

▶김 후보자=“보리밥 먹고 힘들게 살았다.”

▶박 의원=“우리는 밀가루만 먹었다.”

▶김 후보자=“그만큼 대부분 가난했다. 나는 똥장군(거름을 옮길 때 쓰는 농기구)도 지고 다녔다.”

같은 당 이용섭 의원은 김 후보자와 부인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이며 “배우자가 든 가방은 명품이다. 추적해 보니 191만원짜리”라며 “해외 출장도 자주 가고, 골프도 치고, 명품 가방도 샀는데 월 생활비 400만~500만원으로 가능했겠느냐”고 캐물었다. 김 후보자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집사람 가방은 솔직히 명품 가방이 맞다. ‘루이뷔통’이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평생 고생만 시키고 해서 결혼기념일에 내가 하나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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