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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상가·토지까지 “할인이오, 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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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일구

부동산 값은 떨어지는데 팔리지 않은 미분양이 많으면 건설사들은 고민에 빠진다. 특히 침체가 심각해 주변 시세가 분양가 밑으로까지 떨어지면 건설사들은 할인을 해 파는 수밖에 없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 그렇다. 장기화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세하락이 계속되면서 버티지 못하고 할인을 하거나 할부·덤 등 각종 혜택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업계의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방이나 수도권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젠 서울 강남권까지 할인 분양을 하는 곳이 나타났다. 할인 대상도 아파트는 물론 상가·토지·콘도 등 전체 부동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할인시대= 미분양 아파트 할인률은 수도권에서는 10% 내외, 지방은 20% 이상 할인해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1단지 고덕 아이파크(1142가구)가 9~10% 할인해 파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직접 할인 외에 분양가를 미리 내면 연 5~9% 정도의 금리를 반영해 분양가를 깎아주는 ‘선납할인’이나, 중도금이나 잔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납부기간을 1년, 2년씩 유예시켜 주는 ‘납부유예제도’도 많이 실시하고 있다.

상가의 경우 상권이 활성화될 때까지 임대료를 보조해주는 경우도 있다. 판교의 한 상가는 6개월 정도 임대료를 지급해주고 있다. ‘수익률 보조’ 혜택이 있는 곳은 사실상 분양가를 인하해주는 것과 같은 효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도 북부지역의 16개 필지(1만5515㎡), 파주, 김포 신도시 등 전국 25개 사업지구의 공동주택용지 77개 필지(320만㎡) 등을 팔면서 ‘토지리턴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 제도는 매수자가 2년 후부터 연 5%의 이자를 붙여 LH에 되팔 수 있는 제도다. 시장 침체가 계속돼 매수자가 매입한 토지로 사업을 못하게 되면 LH에 금리부담을 보태 팔면 된다. 매입대금도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면 되므로 매수자로서는 큰 부담 없이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

과거 아파트 분양 시 발코니 무료 확장이나 에어컨 등 옵션 무료 설치 등 ‘덤’ 마케팅은 벌이면서도 분양가는 절대 내리지 않는 게 건설사들의 원칙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침체된 시장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면 좀 버텨보겠는데 지금은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빨리 할인해 털고 나가자는 생각으로 할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분양가 할인을 하면서 가장 큰 부담은 기존 계약자다. 그렇다고 새 계약자에게만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너무 크다. 용인 수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할인을 한다고 해도 기존 계약자에게 소급적용을 하게 되면 손실이 너무 커진다”며 “공개적으로 할인분양을 하는 경우보다 조용히 계약자와 조건을 협의해 다양한 할인혜택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할인상품 구입 유의점은=할인을 하거나 옵션 등 각종 덤을 주는 부동산을 살 때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할인을 하거나 덤을 주는 이유다. 보통 할인을 많이 하는 부동산은 그만큼 수요가 부족한 매물이라고 보면 된다. 아파트로 치면 교통여건이 나쁜 나홀로 아파트이거나 당초 분양가가 너무 높았던 경우다. 상가는 상권활성화가 전혀 안 돼 있는 곳이 많다. 반면 어떤 부동산 상품은 최근 어려운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미분양으로 남아있고, 건설사의 경영여건상 빨리 팔아버릴 목적으로 할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매물은 할인을 기회로 매입하면 나중에 만족할 만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매물이 일시적으로 몰려 미분양으로 남았고 할인을 하고 있지만 단지가 크고 각종 기반시설이 잘돼 있는 곳은 중장기적으로 유망하다”며 “할인을 할 때 사도 좋다”고 말했다.

할인 가격과 주변 시세를 비교하는 것도 필수다. 할인을 해도 주변 시세에 비해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이 많아서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처음부터 분양가가 너무 높아서 할인을 해도 여전히 시세에 비해 많이 비싼 곳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가나 수익형 부동산은 수익률 계산을 철저히 하는 것이 기본이며, 그 전에 상가 활성화 가능성을 진단하는 게 필수다.

글=박일한 기자
그래픽=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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