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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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기에는 실제 비만 여부보다 자신의 체형을 어떻게 인지하느냐가 심리·정신 건강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비만은 그 자체가 사망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퇴행성관절염·암 등 심각한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비만 인구가 3억 명, 과체중 인구는 10억 명으로 추산한다. 최근 들어 세계의 비만 증가세도 가파르다. WHO는 2015년이면 과체중 인구가 15억 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국가인 미국은 전체 국민 3명 중 1명꼴로 과체중이다.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들에 비해 비만 인구 비율이 3분의 1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6~2008년 15세 이상 인구의 과체중과 비만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만율은 3.5%로 30개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비만을 대하는 인식이 왜곡됐다는 데 있다. 비만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로 대하기보다는 아름다움을 해치는 체형적 결함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건강함보다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청소년들의 신체 이미지 왜곡이 심각하다. 지난해 6~9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전국 초4~고3 학생 1만156명을 대상으로 ‘한국 아동·청소년 비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다수 학생이 심각한 수준의 ‘비만 염려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들은 실제 비만 학생 비율이 4.9%에 불과한데도, ‘자신이 살찐 편’이라고 답한 비율이 44.4%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실제 비만 여부보다 ‘자신의 체형을 어떻게 인지하느냐’가 학생들의 심리·정신 건강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신문에 게재된 자료로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들의 ‘올바른 신체상’을 정립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한다.

비만 염려증은 편견이 만든 결과물

‘언제나 항상 살찐 것에 대해 고민하고 더 찔까 봐 걱정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여학생의 39.6%가 이렇게 응답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도는 저체중으로 분류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 정상 체중인데도 마른 체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끼니를 거르거나 약을 복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비만과 정상 체중을 판별하는 기준은 체질량지수(BMI)다. BMI는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25부터는 과체중, 30 이상부터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18.5~24.9는 정상 체중 범위다.

청소년들의 고민은 사실 체중이 아니다. 아이돌 스타 등 마른 체형이 각광을 받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체중을 줄여 체형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가지는 이런 불만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괴감이나 낮은 자긍심으로 이어지기 쉽다. 원하는 몸매를 만들겠다는 압박감이 거식증·폭식증을 불러 일으켜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도 많다.

‘마른 사람이 아름답다’는 인식과 더불어 ‘뚱뚱한 것은 게으름과 식탐, 무절제의 결과’라는 편견도 문제다. 우리 사회에 살찐 사람을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건강한 게 최고”라며 먹기를 권해도 청소년들이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성미경 교수는 “청소년기에 제대로 영양 섭취를 하지 못하면 골격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여성은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성적 성숙도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강한 신체에 대한 바른 인식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해볼 만한 NIE 활동들

건강은 나 자신을 위해 지켜야 할 덕목이다. 체형은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다. 자존감을 높여 자신의 내면을 가꿀 줄 아는 아이로 기른다면 남의 시선 때문에 과도한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은 체형에 대한 관심이 크다.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는 만화영화 캐릭터나 아이돌 걸그룹의 외모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도 있어 “예쁘고 날씬한 사람은 착한 사람,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은 나쁜 사람”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를 하기도 한다. 신문에 등장하는 미담 기사와 사건·사고 기사의 주인공을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을 하면 외모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초등 고학년이라면 사고로 전신 3도 화상을 입고도 이를 극복해 작가로 변신한 이지선씨에 대한 기사와 그의 책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눠봐도 좋다.

중학생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비만을 조롱하는 표현이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찾아보면서 비만에 대한 사회 인식을 체감하게 해보자. 대개 통통한 체형을 자기관리가 안 된 모습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운동 선수도 실력보다 얼짱·몸짱 등을 먼저 언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문·방송 모니터링을 할 때는 대상 매체와 조사 기간을 정해 꼼꼼하게 점검해보는 게 중요하다.

고등학생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비만과의 전쟁’을 조사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덴마크는 올해부터 비만세의 일종인 ‘소다(Soda)세’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주도로 어린이 비만 퇴치 캠페인인 ‘움직입시다(Let’s Move)’ 캠페인이 한창이다. 지난 2월에는 할리우드 영화감독 케빈 스미스가 ‘뚱뚱한 체형 때문에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만 퇴치를 위한 노력과 관련된 여러 기사를 스크랩하고, 이를 참고해 ‘비만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술문으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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