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아차 본사도 '취업장사' 알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기아자동차의 생산 계약직 직원 채용과정에서 노조는 물론 회사 임원, 외부 유력인사 등의 인사청탁이 회사 측의 묵인 아래 관행처럼 이어져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취업 장사' 의혹을 받고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지부장 정모(45)씨는 취업 희망자 등에게서 입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박홍귀(43.사진) 기아차 노조위원장은 23일 "어제(22일) 광주 시내에서 검찰 추적을 받고 있는 노조지부장 정씨를 만나 '7~8명의 입사자 부모 등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1억8000여만원을 받았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정씨는 '취업 희망자의 부모가 와서 2시간여 동안 무릎을 꿇고 취직청탁을 하고 신문지에 싸인 돈다발을 주고 가 받게됐다'고 실토했다"며 "생산직은 특별한 입사규정이 없기 때문에 회사에 연고가 없는 응시자는 사실상 입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생산직 직원 채용과정에서 노조.회사 임원 등의 '청탁입사'가 공공연했다"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광주 공장의 경우 다른 공장에 비해 인사청탁의 정도가 심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광주공장 노조지부 관계자는 "직원채용 규모가 클 때면 노조와 회사.정치권 등 회사와 관계가 깊은 기관.단체.개인을 위해 20% 정도의 인원을 외부청탁을 위해 남겨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에 인사청탁 근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단체 협약에 명기하기도 했으나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003년 10월 노조위원장 명의로 사측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생산직 신규 입사자 모집과 관련, 사측 관계자.노동조합 임원.노조 간부 등에 의한 부당한 인사청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취업 장사' 비리는 광주공장뿐 아니라 다른 지역 공장에서도 노조와 회사의 묵인하에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개연성이 높아져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광주지검은 23일 광주지부장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노조 간부 일부가 취업 장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회사 측이 묵인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취업 장사'에 회사 경영진과 노조 간부들이 가담했을 경우 이들에게 배임수재 또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광명=엄태민 기자, 광주=천창환.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