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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는 길 공연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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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 두 중견 음악인이 도전에 나선다. 피아니스트 이경숙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작곡가 권용진은 ‘세계 속의 경희 판타지아’ 초연 무대를 갖는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이경숙

 ‘한국 피아노계의 대모’ 이경숙은 9월 14·15일, 17·18일 호암아트홀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18곡)을 연주한다. 지난 1989년에 이어 20여 년만에 다시 도전하는 곡이다. 1년여에 걸쳐 연주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나흘간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호암아트홀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콘서트로 마련됐다.

 이경숙은 전곡 연주로 유명하다. 그동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1987), 국내 최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1988),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전곡(1991) 등 전곡 연주 행진을 이어왔다. 지난 7월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도 마쳤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는 모든 피아니스트가 평생을 같이 하는 곡”이라는 그는 “이번 연주를 통해 내 인생의 모차르트를 정리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모차르트 소나타는 흔히 테크닉이 단순하다고 얘기되곤 한다. “하지만 모든 음이 하나하나 섬세하게 들려야 할뿐 아니라 그 어떤 음도 곡 흐름에 따라 적당히 묻어갈 구석이 전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차르트를 치는 것은 마치 사람과 진심으로 대화하려면 상대방의 말을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경숙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초대 음악원장, 연세대 음악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음악대학 명예교수다. 이번 공연의 일별 프로그램은 피아노 소나타 번호 순서대로 진행된다. 4회 전석 패키지 예매 시에는 관람료를 50% 할인한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3만, 5만원.

▶ 문의=1577-5266


 
전쟁과 평화의 대화, 세계 속의 경희 초연 권용진

 작곡가 권용진의 ‘세계 속의 경희 판타지아’가 초연된다. 9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일 융에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내한 연주회’에서다. 독일 정부의 지원으로 빛을 보게 된 이 작품에는 한국과 독일이 분단국가로서 공유하는 통일의 의미가 담겼다.

 “1970~80년대 초 독일 유학 당시 독일의 분단 상황이 남다르게 와닿았다”는 그는 통일된 독일과 달리 여전히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요소로 이 곡에 녹여냈다.

 도입부에서는 관객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폭발음’이 현악기·관악기로 표현된다.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파괴·폭발을 상징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조영식의 ‘목련화’, 한명희의 ‘비목’ 등 친숙한 시를 포스트모던 방식으로 풀어낸 선율을 선보인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근거로 작곡한 선율도 들어있다. 전쟁과 평화의 끊임없는 대화로 이어지던 곡은‘평화에 대한 기원’으로 마무리된다. 염원을 담은 종결부는 모두 F음으로 처리했다. F는 독일어로 평화(frieden)를 뜻한다. 연주 시간은 16분.

 독일 통일 20주년, UN제정 세계 평화의 날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는 이번 공연에는 독일 융에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1983년 젊은 전문음악인들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된 오케스트라로, 이후 콜린 데이비스·주빈 메타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CD·DVD를 작업하며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1년간 25개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브뤼노 마르크마스트 지휘로 ‘세계 속의 경희 판타지아’ 협연 외에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등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김미경이 협연한다. 오후 8시. 3만~15만원.

▶ 문의=02-580-1300

[사진설명]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이경숙(위쪽·사진제공=크레디아), 세계 속의 경희 판타지아를 초연하는 작곡가 권용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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