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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제작 후일담 '보너스'… 영화학도엔 생생 교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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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DVD에 수록된 서플(부록)은 영화 수업 교재로 쓰일 만큼 다양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감독이 영화 전편을 함께 보며 설명하는 코멘터리는, 영화학도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현장 교재다.

영화 제작 동기와 제작비 마련, 원작의 각색 과정, 배우 캐스팅, 인물 분석, 매 장면의 연출 의도, 로케이션 장소 등 한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데 소요된 모든 정보를 털어놓는다. 여기에 촬영 때의 에피소드, 배우들과의 후일담 등 일반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내용이 곁들여진다.

최근 가장 흥미롭게 경청한 코멘터리는 두 여성 감독의 것이었다. 호주 출신 질리언 암스트롱의 2001년 작 '샤롯 그레이'(12세)와 국내 개봉시 많은 관객을 울렸던 제시 넬슨의 2002년 작 '아이 엠 샘'(12세)의 코멘터리다.

'작은 아씨들''오스카와 루신다'등을 발표했던 암스트롱은 '샤롯 그레이'를 "경계선을 넘어간 여성의 여정을 그린 영화"라고 소개한다. 2차 대전 중 "용감하게 재능을 쓰고 싶다"는 이상을 품고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던 스코틀랜드 여성의 실화를 재현하는 데 많은 제작비가 투여됐다.

그러나 평은 좋지 않아서 영국의 대표적 제작·배급사 필름4의 문을 닫게 하는 데 결정탄을 날렸다. 암스트롱은 이런 평가에 적지 않게 마음을 상한 듯 상세한 설명을 한다.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군사 훈련에 임한 주연 배우 케이트 블란쳇에 대한 존경, 프랑스가 무대임에도 모든 대사를 영어로 한 이유, 야외와 실내 연결, 로케이션 장소였던 지역 주민의 반응, 찰스 황태자의 질문 등을 들을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블란쳇의 옷을 갈아입히기 위한 영화"라는 혹평에 대한 항의다.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기 전과 후에만 정장을 하고 화장을 했을 뿐, 내내 낡은 옷을 입고 연기했는데 왜 이런 평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DVD 코멘터리를 통해 비평가에게 해명을 할 수 있으니 즐겁다고 일침한다.

'아이 엠 샘'의 코멘터리는 여덟살 딸의 양육권을 지키려는 일곱살 지능의 아버지 샘으로 분한 숀 펜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된다. 설탕 봉지를 정리하는 손놀림, 장애인 출연진이 숀 펜을 실제 장애인으로 여겼다는 사실, 대본을 처음 받자마자 샘이 되더라는 등, 숀 펜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장애인이 좋아하는 색깔과 음악 등을 조사해 만든 사실적인 영화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DVD 칼럼니스트

oksunn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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