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미친 조직이 기업성장 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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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경영전문지(誌) 포천이 평가하는 세계 5백대 기업의 3분의 1 가량은 매 10년꼴로 교체돼 왔다. 변화와 혁신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결국 퇴화하고 만 것이다. 그 자리엔 신생기업들이 들어선다.

영속할 것 같은 기업을 퇴장시키고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키는 힘은 무엇일까.

미국 클레어몬트대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의 진 립먼 블루먼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해롤드 J 레빗은 '핫그룹(Hot Groups·열정적으로 일하는 자생조직)을 꼽는다.

일을 즐기고 일에서 보람을 찾는 열정적인 사람들인 핫그룹이 활성화 돼 있는 기업은 활력이 넘쳐 생명력이 오래 간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일은 수고로운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의 원천이다.

이와 반대로 현실에 안주해 수동적이고 정열적이지 못한 집단인 쿨그룹(Cool Groups)이 만연한 기업은 도태한다.

저자들은 핫그룹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가장 적합한 인력운영 형태라고 강조한다. 핫그룹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도 업무가 바로 진행된다. 따라서 핫그룹은 무기력한 조직에서 흔히 일어나기 쉬운 인간적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다.

이런 핫그룹이 본격적으로 경영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조직이 비대해지고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여러 명의 개인이 함께 모여 완수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던 때다. 기존 조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자발적이면서 창의적으로 일을 찾아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집단이 필요해진 것이다.

조직행동과 경영심리학의 권위자인 저자들은 애플·IBM·GE(제너럴 일렉트릭)·크라이슬러 등이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생존한 비결은 핫그룹들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 경영서로 꼽히는 '초우량기업의 조건'을 쓴 톰 피터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손이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고 격찬했다. 그만큼 기업 내 조직의 생리를 생생하게 파헤쳤다는 얘기다. 일에 찌들린 직장인이나 조직의 혁신을 꿈꾸는 경영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김동호 경제연구소 기자

e-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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