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 72억 회장 계좌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D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본지 12월 27일자 31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수부는 27일 D그룹 전직 임원들이 별도 회사를 설립해 불법 조성한 72억2천만원 전액을 D그룹 L명예회장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시켰다가 인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그룹 전직 임원들이 불법 조성한 자금을 추적한 결과 L회장 명의로 개설된 H은행 선릉역지점과 W은행(당시 H은행) 잠실남지점에 개설된 통장에 각각 58억2천만원과 14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1998년 11월부터 99년 7월 사이 D그룹 서울공장 부지 아파트 신축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비용을 두배 정도 부풀려 생긴 부당 이득금을 2억∼8억원씩 15차례에 걸쳐 L회장 명의의 계좌에 입금시켰다"고 덧붙였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99년 말 L회장 계좌에서 다시 72억2천만원을 인출한 뒤 무기명 채권을 구입, 개인금고에 보관해 오다 지난 7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자신들이 운영하는 폐기물처리업체인 S산업에 입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전직 임원은 D그룹의 재정과 회계부문을 총괄할 정도로 영향력 있던 간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L회장은 "전직 임원들이 내 이름을 도용해 통장을 만든 뒤 나도 모르게 돈을 입금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L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예금계좌를 압수해 돈의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L회장이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점을 고려해 다음주 소환해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인천=정영진 기자

ch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