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혀야 산다? 카메라폰 '폰生폰死' 광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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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연말 휴대전화 단말기 광고전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컬러폰에 이어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카메라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독주체제를 유지하려는 삼성 애니콜에 맞서 LG 싸이언이 새롭게 제품의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견제에 나섰다.

여기에 팬택&큐리텔·KTF EVER 등 신규 브랜드들이 새롭게 경쟁에 가세하면서 시장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업체마다 기능성 또는 디자인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광고 전략도 다양화하고 있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는 제품의 특성상 신제품이 2∼3개월 단위로 출시돼 광고도 다른 제품에 비해 주기가 짧은 것이 특징"이라며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과 내년 이후 IMT-2000 서비스가 본격화될 예정이라 마케팅전도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주 대 견제=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 애니콜은 다소 느긋한 편이다.

즐기는 휴대전화라는 개념의 '디지털 익사이팅'을 모토로 이나영·차태현 등 빅모델을 내세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광고를 조금씩 변형시키고 있다. 1위 업체로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주고 제품 위주의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앞서가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주겠다는 의도다.

이 때문에 애니콜 광고는 디자인 등 외부적인 면보다는 제품 자체의 첨단성·기능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니콜 광고를 제작하는 제일기획 관계자는 "올해들어 컬러화면의 휴대전화가 보편화됐다면 내년에는 카메라폰과 함께 동영상 기능이 강조된 IMT-2000 제품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콜은 또 SK의 '준'과 손잡고 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확대를 위한 프로모션 광고도 전개하고 있다.

2위 업체 LG 싸이언의 광고는 최근 대폭 변화했다. 제품의 기능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에 중점을 둔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앞세우기 시작했다. 구두·모자·수트 편으로 구성된 싸이언의 새 TV광고는 마치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연상시킨다.'고품격'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 휴대전화 마케팅의 공통적인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40대 이상의 소비자들이 휴대전화의 가격에 민감하다면 20∼30대들은 이미지와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며 "업체마다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소비력이 가장 왕성한 20∼30대의 고가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싸이언의 새 광고에는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를 통해 애니콜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LG애드 관계자는 "그동안 경쟁제품에 비해 저가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세련된 디자인과 감성적 이미지를 통해 우선 브랜드의 품격을 높여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자 구도=수출에 주력하던 중견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이 지난해 현대 큐리텔을 인수해 탄생한 '팬택&큐리텔'도 올 10월 이후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젊은층에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윤도현을 내세운 광고 물량도 크게 늘렸다.

광고를 제작한 대보기획 관계자는 "윤도현의 진솔하면서도 내실있는 이미지가 제품과 맞아떨어졌다"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실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기업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기술력을 표현하기 위해 '국내 최초'라는 표현도 많이 등장한다. 팬택&큐리텔 박창진 상무는 "본격적인 신제품 경쟁이 시작되면 브랜드보다 기술력이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30개 모델을 출시해 삼성·LG의 양강 구도를 깨고 3강 대열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엄 브랜드'전략의 원조격인 SK텔레텍의 스카이는 차별화 전략을 계속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플립형·폴더형이 전부이던 휴대전화 시장에 슬라이더형을 주력 제품으로 내놓고 광고도 세련된 화면을 바탕으로 '스카이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광고는 아이스링크 바닥 위를 누운 채로 유영하던 남녀가 슬라이드형 휴대전화가 열리는 모습을 인체로 표현하는 내용이다.

신규 브랜드인 KTF EVER도 지난달부터 탤런트 고수를 앞세운 카메라폰 광고를 내놓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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