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맞춰온 학자 직접 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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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盧武鉉)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가 26일 모습을 드러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기획조정분과 간사를 제외한 6명이 현직 교수로 채워졌다. 모두 개혁성이 뚜렷한 관련 분야 전공 학자들이다.

盧당선자는 인수위 인선과 관련, 핵심 참모들에게 "인수위가 집을 짓고 내각이 거기서 살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파악하고 평가한 뒤 새 정부에서 추진할 주요 과제를 선정하는 작업을 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와 내각 인사를 분리한다는 방침도 분명해졌다. 盧당선자는 '개혁적 대통령과 안정적 총리 체제'를 국정의 틀로 제시한 바 있다. 인수위에 개혁적 인사들을 포진시켜 정책 자문과 조언 역할을 맡기고 내각은 국정경험이 풍부한 인사들로 구성해 안정적인 국정개혁을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와 함께 구성될 자문위원회에 임명될 인사들이 내각을 구성하고, 인수위원들이 청와대 비서실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한 핵심 참모는 "인수위원 중 일부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비서관을 맡고 나머지는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인재풀에 머물며 개혁정책의 전략과 방향을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인선은 철저히 당선자가 직접 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들이 "현역의원을 상당수 참여시켜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역 의원 서너명은 포함될 것"이라는 참모진의 예측도 빗나갔다. 원외시절부터 정책조언을 해왔거나 후보 때 공약개발에 참여한 사람 중 당선자가 직접 골랐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호흡이 맞는 분 중에서도 분야별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보다 거시적인 정책 지향성이 일치하고 전략적 사고를 갖춘 사람들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盧당선자가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 때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99년 자치경영연구소로 이름을 바꿀 때는 이사장을 맡았다. 국민경선 이전부터 수시로 조언을 하며 당선자가 대외·남북관계 정책의 윤곽을 그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지난 24일 북핵 문제와 관련한 자문교수단 면담 때 임명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사 이상의 핵심 직책을 맡은 10명 중 이정우 경제1분과 간사 등 4명이 대구·경북(TK)지역 출신이다. 호남 출신은 임채정(林采正)정책위원장과 정순균 대변인 등 4명이다. TK인사들이 대거 중용된 데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핵심 측근인 이강철(李康哲)특보의 영향이 있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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