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미국 : 성장률 3% 안팎… 올보다는 '맑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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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새해 미국경제가 어디로 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해왔던 미국경제가 살아나야 나머지 나라도 경기회복의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경제는 일단 올해보다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4%로 좋은 편이었고, 4분기에도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고 생산성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서비스업과 주택시장이 여전히 활기를 띠는 등 각종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부정적인 요소로는 역시 실업률 상승과 기업들의 부진한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예상치(2.3% 정도)를 다소 넘어서는 3% 안팎을 기록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메릴린치는 최근 내년 성장률이 4%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한 반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2.6%로 보고 있다.

◇가계 호조, 기업 부진=최근 2년간 지속돼 온 이 추세에 변화가 올 것이냐가 관심사다. 그동안 주가하락과 해고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를 떠받쳐 온 것은 가계소비였다. 가계소비가 내년엔 다소 둔화하겠지만 그래도 기업부문에 거는 기대보다는 크다. 소비는 지난 10월의 0.4% 증가에 이어 11월에도 가구·가전제품 등을 중심으로 0.5% 늘어났으나 최근 자동차 판매가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제 열기가 식을 때도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과잉투자에 대한 반작용으로 후퇴했던 기업들의 투자는 아주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투자의 부진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설비생산이 월 평균 0.5% 감소한 데서 잘 나타난다. 그러나 그동안 소비수요가 상당부분 기존의 재고로 충당돼 왔다고 보면 기업들이 공장시설을 늘릴 시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업률 하락은 불투명=미국의 실업률은 10월 5.7%에서 11월에 6.0%로 치솟으면서 정책당국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여러 지표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실업률만큼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여전히 생산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인력채용을 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기업들의 이런 판단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볼 때 실업률은 횡보하거나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환경에 대한 믿음이 커져야 하는데 아직은 이런 판단을 내리기 이르다는 것이다.

◇저금리 정책의 지속=미국의 국채전담 금융기관 22곳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9월까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늦어도 그 때까진 경기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기도 하다. JP 모건의 제임스 글래스만은 "FRB가 금리인상을 고려하려면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해야 하는데, 이는 내년 3분기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연 1.25%로 최근 40여년래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플레 위험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당국의 저금리 유지엔 별 부담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성장률의 퇴조 속에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를 걱정하고 있다. 11월 생산자물가가 지난 5월 이래 가장 큰 폭인 0.4%(전월비) 떨어져 그런 우려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FRB는 디플레 우려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전쟁 등 기타 변수=내년 1월 말 또는 2월 초로 거론되고 있는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은 원유가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워낙 노출된 재료인 데다 아프가니스탄전쟁처럼 빨리 끝낸다면 오히려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특히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세계경제의 기관차 미국 경제가 내년에도 본격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침체의 늪에 빠진 유럽·일본의 형편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이라크전의 발발 가능성이 커지고, 베네수엘라의 혼란이 겹쳐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우려도 크다. 최근 세계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세계 4대 경제권의 내년 전망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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