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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서울시립미술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서울시립미술관의 관장 자리가 후임을 못 찾아 한 달 넘게 비어 있다. 서울시 문화관광국장이 관장직을 대행하고 있으나 행정 공백이 가져올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은 크다. 지난 5월 중구 정동 옛 대법원 자리로 이전해 서울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기틀을 다지던 참이라 더 안타깝다.

지난달 말 임기가 끝난 유준상(70) 초대 관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장해 3년을 채웠으나 재임용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개방형 직위에 뽑혀 일해온 유씨는 11월 초에 공개 모집한 2대 관장에도 지원해 박광진 전 미협이사장과 함께 최종 면접에 올랐으나 이번에는 신임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 인사행정과는 12월 11일부터 일주일 동안 다시 서류를 받아 21일 새 지원자 7명을 놓고 선발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60∼70대가 주류를 이뤘던 1차와 달리 40∼50대 전문가들이 주로 지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를 지낸 이인범(47)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수석연구원, 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인 최효준(51)씨, 뉴욕 매체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이용우(54)씨, 쌈지스페이스 관장인 김홍희(54)씨 외에 전 미협 이사장을 지낸 하종현(67)씨 등이 면접에 응했다.

전문가로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윤난지 이대 박물관장, 홍순주 동덕아트갤러리 관장, 김재열 호암미술관 부관장은 문화관광부에서 파견된 국장급 3명과 함께 시립미술관으로서는 중요한 시기라 할 앞으로 2년을 책임질 관장 선발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선발과정을 지켜보는 미술동네 사람들 마음은 편치 않은 듯하다. 지난 번 1차 선발위에서 서울시 입김이 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인 최열씨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의 관장을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 기술개발부장과 똑같은 공무원 임용절차로 뽑는 일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탈권위의 합리적인 새 물결에 동참할 인재를 원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을 1천2백만 서울시민들의 진정한 미술공간으로 이끌 전문성과 패기를 겸비한 새 관장을 기다린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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