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北엔 핵포기·美엔 대화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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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의 북핵(北核)관련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4일 하루 종일 북핵문제에 매달린 데 이어 성탄절인 25일에도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것 외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이 문제에 할애했다.

당장 미국과의 특사 교환 일정이 가시화했다. 이낙연(李洛淵)당선자 대변인은 25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가 내년 1월 초순 먼저 한국에 와서 盧당선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분석한 뒤 우리 측 특사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李대변인은 "미국 측 특사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유력한 상황"이라며 "우리 측 특사는 26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 등을 보고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사단은 4∼6명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누구를 단장으로 할지 盧당선자가 거의 결심을 굳혔으며, 중량감 있는 외교관 또는 정치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盧당선자 측은 당초 미국 측의 특사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을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켈리 차관보가 다음달 초 열릴 예정인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 참석한 전후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우리 측 특사의 격(格)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당초 이홍구(李洪九)전 총리·한승주(韓昇洲)전 외무부 장관·유재건(柳在乾)의원 등이 특사단장 후보에 올랐으나 중견 외교관 등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盧당선자 주변에서는 당선자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柳의원을 적극 추천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柳의원은 이날 문정인(연세대)·윤영관(서울대)·서동만(상지대) 교수 등과 만나 전날 盧당선자와 각계 전문가들의 릴레이 면담 결과를 종합 정리해 盧당선자에게 보고했다. 柳의원은 26일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사실상 盧당선자의 '북핵 구상'윤곽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盧당선자의 핵심 관계자는 "盧당선자의 북핵 구상의 요체는 한반도 주변국들과 긴밀한 공조를 형성하고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북·미대화를 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일본·중국·러시아 등과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북한에 핵포기 설득 및 압박을 가하는 한편 미국에도 특사 교환 등을 통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 전문가 그룹은 盧당선자에게 "북핵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안이한 접근방법은 금물"이라며 "대화를 강조해온 盧당선자의 기존 입장에도 수위조절과 균형감각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호들갑 떨지 않고 냉철하게 사태를 바라본다는 게 盧당선자의 생각"이라며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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