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관투자가와 손잡고 투자기업 ‘주주협의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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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투자기업의 주주 중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과 공동으로 ‘주주협의회’를 구성, 회사 경영진과의 공식 대화 채널로 삼을 예정이다. 여기에서 주식 가치를 높이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또한 독자적인 사외이사 인력풀을 만들어 주요 상장사에 사외이사 후보로 적극 추천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영 성과나 지배구조 관행 등에 문제가 많은 기업들에 대해 ‘관찰 리스트(Focus List)’를 작성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경영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전광우(얼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은 내용의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 방안’을 밝혔다. 외부 연구용역으로 만들어진 이 방안은 9월 초 공청회 등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상장사 주주총회 때부터 적용하게 된다.

전 이사장은 “최근 KB금융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주인 없는 상장사 경영진의 무능과 전횡으로 주주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민 노후생활자금의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차원에서 주주 권리를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재벌 계열사 등 주인이 있는 기업에 ‘주주협의회’를 가동할 생각은 없다”며 “주인 없는 금융회사와 민영화된 옛 공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안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사장은 “기업의 장기 성장에 초점을 맞춘 데 공감한다”며 “주주협의회 구성을 제안해 오면 함께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전 이사장은 또 “상장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장사들이 배당 부담 없이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한편 외국인투자자 등으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막아 주는 ‘백기사’ 역할에도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수익성 높은 랜드마크 빌딩 중심의 투자로 최근 8개월 새 임대 수익과 평가 차익으로 10%가 넘는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김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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