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선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 19일 새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틴틴 여러분은 선거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선거가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마치 여러분이 학급에서 반장을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학급 활동에 차이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독서클럽을 활발히 운영하겠다는 친구가 반장이 됐을 때와 체육 모임을 자주 갖도록 하겠다는 친구가 반장이 됐을 때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또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교실에선 공부하는 학생이 방해를 받지 않게끔 떠드는 학생의 이름을 적겠다는 친구가 반장이 됐을 때와 쉬는 시간에는 마음 편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떠드는 학생 이름을 적지 않겠다는 친구가 반장이 됐을 때는 다르겠지요.

선거가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 선거 중에서도 특히 대통령선거는 나라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로서, 대통령이 나라의 경제정책을 최종 책임을 지고 이끌어가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저마다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고 약속합니다. 그중에는 경제정책을 이렇게 저렇게 시행하겠노라는 약속도 들어 있습니다.

국민들은 틴틴 여러분이 반장선거를 할 때처럼 후보들이 내놓은 약속들을 비교하고 평가해 한명의 후보를 골라 투표를 합니다. 때문에 대통령으로 뽑힌 사람은 자신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경제정책을 펼치려고 하기 마련이고, 그 결과 새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경제정책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는 각종 법과 제도를 만듭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데 적합한 사람들을 행정부의 장관으로 임명해 함께 경제정책을 펼쳐갑니다.

만일 대통령이 경제활동에서 불필요한 여러가지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면 정부는 각종 규제를 폐지하게 되고 기업들은 정부 간섭을 받지 않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기업의 생산활동이 왕성해져 근로자들의 소득이 많아지고 소비 증가→판매 증가→소득 증가의 순환이 생겨나 경제가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규제까지 없어졌다면 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칩니다. 예를 들어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수나 나쁜 공기를 배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없어지면 당장은 기업들이 폐수 처리 시설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장에서 폐수와 매연이 쏟아지면 물과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사회적으로 훨씬 많은 비용을 치르게 돼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됩니다.

만약 대통령이 가난한 사람들에겐 세금을 덜 걷고, 부자에겐 세금을 많이 걷겠다고 약속했다면 정부는 이를 위해 세율을 조정하는 등 조세제도를 조정합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소득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정부는 또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예산을 짜서 여러가지 사업을 합니다. 도로나 공항을 건설하고, 고급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나 교육 혜택을 주는 일이 모두 그런 사업에 속합니다. 정부는 대통령의 약속에 맞게끔 예산을 짜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문화시설을 많이 짓겠다는 사람과 교육시설을 많이 짓겠다는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예산은 다르게 짜이게 되지요.

대통령이 세금을 많이 거둬 여러가지 사업을 벌이겠다고 약속했을 때와, 세금을 가급적 적게 거두고 대신 정부 사업도 줄이겠다고 공약했을 때와는 세금의 총 규모나 쓰임새부터 크게 달라집니다.

이번에 새 대통령으로 뽑힌 노무현 당선자가 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예로 들어볼까요. 노무현 당선자는 서울과 수도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살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났고, 때문에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했습니다. 이 약속이 실현되면 새로운 수도에 많은 도로와 정부 건물들이 새로 지어질 것입니다. 또 수도 안팎에 학교·은행·백화점·병원 등 많은 시설들이 건설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입니다. 그 결과 충청권과 서울은 물론 나라 전체 경제에 큰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반면 수도 이전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 세금을 훨씬 더 많이 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회의원 선거도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들고, 정부의 예산안을 심의하고, 행정부를 견제합니다. 각 정당과 국회의원에 따라서 추구하는 경제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국회의원들이 많이 뽑히느냐에 따라 경제정책도 영향을 받습니다. 일례로 만일 기업에 물리는 세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보다 많아졌다면 세법이 고쳐져 기업이 나라에 내는 세금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거 결과로도 바뀌지 않는 경제의 모습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유재산과 자유 경쟁을 인정하는 우리 경제체제의 골격은 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바뀔 성격이 아닙니다. 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아선 안되는 경제현상도 많습니다. 예전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해놓은 것들이나,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해 여러 해 동안 추진 중인 대형 사업이 그런 사례들입니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 co. 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