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에게 바라는 다섯가지:남 덕 우<전 국무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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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식 때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강조해 사회를 통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부자(富者)나 강자(强者)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20일 오전에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그는 이날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당선자에게 바라는 다섯가지 주문'을 언급하면서 "선거 이후 국가통합이 절실해졌으며, 이를 위해 당선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이념을 천명해 통합의 정신적 지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南전총리는 "기업인들이 선거 결과에 상당히 착잡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盧당선자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자유민주주의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그 가치를 모른다"면서 "미국의 대통령들은 누구 하나 예외없이 취임식 때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盧당선자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하지 않는 통일 방안이 또 있느냐는 질문에도 분명한 답변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南전총리는 또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보호해야 하며, 이는 당선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다고 해서 강자와 부자들이 경멸시되거나 배척받아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당선자는 경쟁을 통해 이겼기 때문에 경쟁의 소중함을 잘 알 것"이라면서 "자유시장경제의 본령은 경쟁이며, 북한은 경쟁을 부인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잘 뛰는 사람은 더 잘 뛰게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가령 외국 교육기관에 문호를 개방해 자유롭게 경쟁해야 하며, 건강보험도 자기 돈을 내고 더 좋은 진료를 받겠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교육·의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전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南전총리는 또 당선자는 교육·과학기술·산업전략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관한 산업전략 비전을 제시한 후보는 없었다"면서 "당선자는 열정을 갖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 경제기획원 같은 국가경제의 방향을 연구하고 리드하는 조직이 필요하며, 농정을 개편해 농업을 기업화·과학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그는 ▶유능한 인재를 충원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며▶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정도로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을 시급히 해소해줄 것 등도 당부했다.

한편 이날 조찬회에는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안진회계법인 송문호 회장 등 1백30여명의 기업경영자들이 참석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youn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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