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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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누구나 한번쯤은 새 승용차가 출시됐을 때 "에이, 껍데기만 조금 바꿨잖아"라며 실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GM대우의 라세티 광고는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다. 신문광고의 경우 큰 글씨로 '껍데기만 조금 바꾼다고 신차입니까?'라고 묻는다. 이어 '헤드램프만 바꾼다고, 엔진은 그대로 두고 껍데기만 바꾼다고 그 차가 신차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고의 중앙에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청년이 앙상한 차체를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껍데기만 바꾼 신차는 쓰레기 하치장에라도 버려야 한다는 듯이…. 또 이 광고는 껍데기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민주사회를 갈망했던 시인 신동엽씨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를 연상하도록 유도한다.

TV광고에서는 넓은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 모두 껍데기만 조금씩 바꾼 것이고, 라세티가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질주한다. 껍데기는 물론 엔진·차량 시스템 등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고 디자인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광고를 제작한 코래드 관계자는 "GM대우가 출범한 이후 처음 내놓은 신차이기 때문에 기존 차량들과는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차를 구입하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았던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라세티의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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