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의 '주술사' 테크노DJ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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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 팻 보이 슬림, 드미트리 프롬 파리, 폴 반 딕, 토와 테이….

1. 이들의 직업은? DJ. '나이트 클럽 DJ'가 아니라 테크노 DJ다.

2. 활동무대는? 레이브 파티가 열리는 세계 대형 공연장.

3. 별명은? '테크노 뮤지션''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 자신만의 창작 음반을 낸다.

4. 특기는? 컴퓨터와 신시사이저·드럼머신·시디 믹서 등의 기기들로 새로운 사운드를 창출, 사람들을 밤새 취하게 만든다.

테크노 사운드를 빚어내는 데 '도(道)의 경지'에 오른 DJ들이 요즘엔 팝음악의 최고 스타다. 밤을 새워 춤추는 레이브 파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이 파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DJ의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DJ들이 스타 반열에 오르는 새로운 문화가 국내에서도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지난 14일 자정 서울 워커힐호텔 특설 무대.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몰려드는 젊은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불어났다. 티켓 가격은 5만원. 이곳을 찾은 2천5백여명의 젊은이들에겐 비싼 가격이 아니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DJ 샤샤(Shasha·사진)의 공연이기 때문이다.

참가자의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회사 일로 출장차 왔다가 귀한 공연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는 독일인 팀과 안드레아, 춘천시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한다는 영국인 그레그 등은 "유럽에서 샤샤의 인기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 이런 파티가 열린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갑다"고 말했다.

공연장은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 무대 양쪽 벽면을 장식한 멀티 스크린에는 비디오 아트가 현란한 속도로 상영됐다. 넓은 무대 정면에는 디제잉 세트가 우뚝 자리잡았고, 높은 무대에서 헤드폰을 낀 DJ는 소리없이 음악을 '조종'하고 있었다. 10시에 시작된 공연의 서막을 빚어낸 DJ는 샤샤가 아니었다.

"샤샤 차례가 언제냐구요? 언제 그가 무대에 올라가느냐는 그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그가 '이 정도면 됐다'고 판단하는 순간이 그의 차례인 셈이죠."

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샤샤가 무대로 올라간 것은 새벽 1시 30분 무렵. 흰색 셔츠를 입고 샤샤가 세트 앞에 서자 홀 전체가 그를 맞이하는 함성으로 진동했다. 그가 한쪽 귀에 헤드폰을 대고 오른쪽 두 손가락으로 LP판을 문지를 때마다 '웅웅웅' 소음이 빚어져 다른 전자 음악과 버무려지면서 새로운 곡이 뽑아져 나왔다.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DJ는 샤샤뿐만 아니다. 지난 여름 팻 보이 슬림과 드미트리 프롬 파리, 폴 반 딕, 토와 테이가 내한해 많은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여름에 한국을 찾았던 재일교포 DJ 토와 테이는 오는 31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과 리젠시룸에서 다시 공연할 예정이다. 이같은 열기에 힘을 얻어 이번 샤샤 공연을 기획한 식보이의 로보 하커씨는 "세계적인 DJ 모비의 내한공연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선 수만명을 불러모으는 대형 레이브 파티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해마다 독일에서 열리는 베를린 러브퍼레이드, 캐나다에서 열리는 웸프(WEMF:World Electronic Music Festival)등이 대표적이다.'테크노의 메카'로 불리는 영국에선 주말마다 레이브 파티가 열리는 클럽이 많다.

국내에서는 1997년 무렵부터 테크노가 소개되기 시작, 올 들어 세계적인 DJ들의 내한으로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에선 O2(www.O2pro.com), 이너텍(innertech.hihom.com), 식보이(sickboypro.com), 플럭서스(www.fluxusmusic.com) 등 파티 주최사들의 홈페이지가 잇따른 파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요즘 홍대 부근이나 이태원, 강남의 테크노 클럽들은 해외 DJ 이름을 걸어놓고 손님을 끌고 있다. 국내 DJ들도 부상하고 있다. 달파란·가재발·트랜지스터 헤드 등은 이미 자신들의 음반을 발표했다.

플럭서스 뮤직의 김진석씨는 "레이브 파티의 핵심에 있는 것은 새로운 음악 장르"라며 "국내에서도 이 장르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으려면 스타 DJ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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