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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머나먼 평화의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9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Gaza)지구. 그 남쪽에 위치한 '라파'는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지역이다. 2년 전 팔레스타인에 인티파타(무장봉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와 라파 사이에 콘트리트 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군사도로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없애고 있다. 저항하는 자에겐 죽음뿐. 자동화기로 무장한 탱크가 사격을 가하면 불도저가 집을 밀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지난 2년간 9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0월. 라파마을 난민촌에선 한 청년이 철거에 항의해 이스라엘 정착촌에 자살폭탄 공격을 시도하다 사살됐다. 그리고 이틀 뒤 이스라엘군은 이 청년의 집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인근을 완전히 파괴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두살배기 모하마드의 죽음도 여기서 비롯됐다. 집 앞에서 놀다 총에 맞은 모하마드는 수술실에 옮겨진 지 한 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리고 아이는 영웅이 돼 포스터에 실렸다.

반복되는 피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가-.

KBS1 TV '수요기획'은 18일 밤 12시10분 '머나먼 예루살렘 2002년 팔레스타인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다룬다. 중동전문가로 유명한 강경란 다큐멘터리 전문 PD 등이 팔레스타인 일대를 돌면서 생생한 화면을 잡아 왔다.

제작진의 눈으로 본 팔레스타인 일대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자살폭탄 공격이 시작되자 이스라엘은 각 지역의 봉쇄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는 모두 출구가 막혔고, 아라파트 의장 역시 집무실에 갇혀 한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갇힌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배고픔과 씨름해야 한다. 그나마 이스라엘의 일용직으로 허가받은 노동자들만이 검문소를 넘지만 몇시간씩 검문을 받아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땅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작진은 "아직도 평화의 신은 이 지역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시민들을 중심으로 인도주의적 운동이 서서히 일고 있는 게 그마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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