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北·中 의식 쉽게 결정 못내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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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 본토에 대한 적대국가들의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며 MD 배치도 가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북한의 위협=워싱턴 타임스는 17일 미국의 MD 배치 개시 결정이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수출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1998년 8월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과 일본을 위협한 바 있다.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21세기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MD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에도 발등에 불=국방 관측통들은 미국의 MD 배치가 한국에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MD 자체가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간의 공동방어 시스템이기 때문에 워싱턴은 곧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는 한국에도 MD 참여를 요청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언론은 미 국방부가 한국을 포함, 7개국에 MD 요격시설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일 워싱턴이 이 같은 요구를 해올 경우 한·미 동맹관계 못지않게 북한과 중국을 의식해야만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중국·러시아 반발=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MD 구축으로 미국의 군사적 독주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MD를 구축할 경우 미국은 다른 나라의 공격에서 안전한 반면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MD 체제 구축에는 첨단 위성과 통신시스템 등 엄청난 돈과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MD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MD 체제 구축 움직임에 대응해 다탄두(多彈頭)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D 경과=MD는 2000년 5월 부시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처음 제기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3년 전략방위 개념으로 내건 '스타워스'계획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위해 미국과 옛 소련이 맺은 ABM 제한협정에서 지난해 12월 13일 탈퇴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MD 체제 구축에 필요한 마지막 장애물을 제거하게 됐다.

미국은 MD 체제 구축을 위해 요격미사일 실험을 수차례 실시했으나 아직 결과가 신통치 않다. 지난 11일 실시한 요격 미사일 실험에서는 요격용 로켓에서 추진기가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다.

◇MD란=날아오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 미사일로 격추시키는 방어체제를 말한다.

만약 북한이나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인공위성에 설치된 레이더가 이를 포착, 알래스카 등에 있는 미사일 기지에 통보, 요격 미사일로 이를 격추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단순하나 빠르게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결코 기술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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