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선 왁자지껄 … 거리는 차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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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대 대통령 선거운동은 18일 자정 마감한다. 22일간 계속된 공식 선거운동의 문화는 3金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대선답게 확 바뀌었다.

미디어·온라인 선거가 뿌리를 내렸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자금 모금방식도 처음 선보였다.

대신 수십년간 대선문화를 특징지웠던 군중동원·관권개입·금품살포는 격렬한 선거전에서 낯선 용어로 밀려났다.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선거운동도 이전 대선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대규모 군중유세는 없어지고 소규모의 거리유세가 주류가 됐다. 거리유세엔 노래와 춤, 이벤트가 어우러지는 축제 분위기로 나아가고 있다.

신문광고 등을 이용한 네거티브(상대후보 흠집내기)선거전이나 의혹 폭로는 여전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는 실패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선거운동 초기에 터뜨렸던 도청의혹 폭로는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별 영향을 못 준 반면 중반 이후 제기한 행정수도 이전 비판 같은 정책이슈는 성공을 거뒀다"며 "달라진 유권자 의식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선거=후보들은 선거운동 가운데 TV토론에 가장 공을 들였다. 특히 전국에 생방송되는 공식 합동토론회에서 실수하면 그동안 쌓아놨던 지지율을 한꺼번에 까먹을 수도 있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유권자들도 일방적 홍보만 쏟아지는 길거리 유세보다 후보들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안방 정책토론회를 중시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방송·신문사 주최 후보 초청토론회는 선거운동의 중심이었고, 후보들의 정책능력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TV토론이 도입된 1997년 대선 때 각종 미디어 토론회는 38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87회나 열렸다. 선관위 안병도(安炳道)공보과장은 "대선 후보자들의 방송토론회 횟수는 미국이나 프랑스를 훨씬 능가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선거=후보와 각 당의 홈페이지, 팬클럽 사이트가 선거운동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나라당은 당원·지지자의 e-메일 주소 30만개를 확보해 소식메일을 전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란 동화상을 통해선 "설익은 자가 설익은 과일을 딴다"며 이회창 후보의 안정감을 감성적으로 부각해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당원 휴대전화 번호를 80만개 확보해 문자메일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민주당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처음 4시간 하던 것을 10시간으로 늘렸다. 인터넷 노하우로 무장된 '노사모'회원 등이 네티즌 세계의 주류가 됐다는 게 민주당측의 주장이다. 인터넷 자금 모금도 盧후보 사이트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아이디어에 리플(답변)이 쏟아지면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민주당측은 "죽은 노무현을 살려낸 것은 인터넷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상의 흑색선전은 오프라인 세계보다 훨씬 극심하다. 8백명으로 구성된 선관위 사이버 감시단은 각종 사이트에서 17일까지 흑색·비방 글과 동영상 1만건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교수나 연예인들이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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