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막판유세...밤을잊은득표전]李 "대전·충남 科技수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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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사진) 후보가 공식 대선운동 시작 후 세번째로 충청도를 찾았다. 부산과 함께 가장 많이 찾은 곳이다. 그만큼 李후보로서는 사활이 걸린 치열한 승부처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특히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충청도 민심에 상당히 먹히고 있다고 판단, 이를 차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대전 첫 유세장인 서대전공원에서 李후보는 충청 연고를 강조했다. 그는 "충청도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저의 고향"이라며 "얼마 전 아버지를 이곳 충청도에 모셨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근거도 없는 사탕발림"이라고 李후보는 단정했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에도 5조원, 지금 물가로 치면 45조원이 드는데 盧후보는 6조원으로 수도를 짓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盧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대해 "충청표를 얻기 위한 무책임한 졸속 공약"이라며 "6조원으로 수도를 옮기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므로 盧후보의 공약은 거짓말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대신 李후보는 장밋및 지역개발 공약을 펼쳐보였다. ▶대전 과학기술수도 건설▶안면도 디즈니랜드 조성▶오송 바이오산업수도 건설 등 10대 지역 발전 공약을 내놨다.

李후보는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살리고, 지방은 지방대로 살리는 상생의 차원에서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는 행정부처를 지역별 특성에 맞게 분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충남 지역에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옮겨 명실상부한 '과학기술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안면도에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 레저타운을, 오송에는 생명과학단지를, 충북에는 유니버셜스튜디오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李후보는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충청권에는 2007년까지 9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총생산은 2000년 54조원에서 2007년 80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李후보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를 정치의 대선배로서 깍듯이 모시면서 구국의 큰 길을 함께 가겠다"고 회견문 초안에 들어 있던 내용을 발표 직전 뺐다.

李후보는 "내가 모르는 채 들어간 내용이라 뺐다"고 말했다. '金총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국가 원로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회견 때 말하지 않았느냐"고만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심대평 충남지사와 무슨 말을 했나.

"대선이 이틀밖에 안 남아 모두 열심히 해야겠다는 내 소견을 말하고 인사를 했을 뿐이다. "

-대전을 과학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 시기는.

"전체적인 정부 개편안과 맞물려 있어 지금 구체적 기간과 담당 기구 구성 시기를 밝히기는 어렵다. "

-盧후보 측에선 李후보의 공약에서 정확한 시기와 예산 등이 빠져 도리어 졸속 공약이라고 공격하는데.

"수도를 옮기는 것은 비용과 여파를 생각하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과학수도는 내가 총리 시절 주장한 것으로 대전을 제2의 행정수도로 만들자는 내용이다. "

대전=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대선이 D-2일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1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쉴 새 없이 전국을 누볐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李후보는 대전에서 회견을 열고 盧후보의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이라고 맹비난했다. 청주∼천안에서 릴레이 유세를 벌인 뒤 취약층인 젊은 층을 겨냥해 서울 대학로에서 밤 늦게까지 유세를 벌였다. 盧후보는 DJ 정권의 실정(失政)에 책임있는 인사들을 새 정부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몽준(鄭夢準)국민통합21 대표와 일산에서 공동 유세를 벌이는 등 수도권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강행군 유세를 한 뒤 바로 부산으로 날아가 영남표에 마지막 공을 들였다. 두 후보 모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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