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새 국면] 삼성물산 빠지면 해결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코레일은 건설 투자자들의 지급보증 거부를 주도한 삼성물산의 권한을 박탈하고 새로운 건설사 등 외부 투자자를 모집할 태세다. 이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자산관리위탁회사(AMC)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코레일은 이미 지난 13일 삼성물산에 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에서 빠져줄 것을 직접 요청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사업 정상화 의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코레일은 19일 서울 광화문의 용산역세권개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 “삼성물산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든지, 사업권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개발 대상지역 주민이 코레일의 사업지연에 항의하며 파손한 기자회견장 문 틈새로 코레일 김흥성 대변인의 발표 모습이 보인다. 김 대변인은 다른 출자사들에게도 사업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뉴시스]

물론 코레일이 직권으로 삼성물산의 AMC 경영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 23일로 예정된 드림허브(PFV)의 이사회에서 5분의 4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PFV 이사진 10명 중 3명이 삼성 측 인사여서 코레일의 안건이 상정·처리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코레일은 특별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물산을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재무·전략적 투자자들의 지분은 건설 투자자들의 지분을 크게 웃돈다. 따라서 주주총회 안건 통과 요건인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는다면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게 코레일의 복안이다. 건설 투자자들의 지분은 20% 수준이다.

코레일은 이런 일련의 절차들을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이자 128억원의 납입 기한인 다음 달 17일 이전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레일은 또 삼성물산이 AMC에서 손을 떼면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재무·전략투자자들이 중재안을 낸 것도 삼성물산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의 사업 정상화 의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코레일의 해석이다.

코레일 김흥성 대변인은 “삼성물산이 대표 주관사에서 빠지면 나머지 16개 건설 투자자들에 시공권을 더 줄 수도 있다”며 “과거 경쟁입찰 당시 떨어진 컨소시엄도 있고 건설사뿐 아니라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도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총공사비가 9조원에 이른다. 주주로 참여한 건설투자자들에 공사물량의 20%를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80%는 지급보증을 많이 선 건설사에 그만큼 시공권을 더 주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시공권 확대를 기대하고 사업에 참여하려는 대기자가 많다는 게 코레일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코레일의 계획은 사업비 3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판을 새로 짜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얘기다. 건설 투자자로 참여한 한 건설회사 담당팀장은 “건설사만의 지급보증을 거부한 건 삼성물산의 독자적인 의견이 아니라 사업에 참여한 17개 건설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삼성물산을 대신할 건설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회사 관계자도 “건설사마다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공권 추가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투자자의 대표사인 KB자산운용의 최인준 국내부동산운용팀장은 “사업성이 불투명해져서 일어난 갈등인 만큼 코레일도 땅값 인하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