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파문과 양당 대선 전략-노무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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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얼굴) 후보는 13일 당선 후 북한 핵문제 전반에 대해 '포괄적 해결'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당선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을 모두 만나겠다"고 했다.

핵문제의 경우 "북한·미국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그동안의 발언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북한의 '핵시설 동결 해제'에 대해선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폈다. 보수층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 인상이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북한의 핵시설 동결 해제는 대단히 위험하고 모험적"이라고 지적하고 "핵동결 해제를 고집하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盧후보는 또 이날부터 공동유세를 편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를 활용했다. 鄭대표를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로 북한과 미국 등에 파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 입장보다 한걸음 물러서면서 그 징검다리로 鄭대표를 내세웠다는 얘기다.

정부에 대해선 그는 "94년처럼 북·미관계에 맡기고 아무런 주도적 개입을 하지 못해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북(對北)지원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공세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盧후보는 "한나라당이 현금 지원 중단을 자꾸 얘기하는데 지금 북한에 현금을 주는 것은 금강산 관광, 민간 경제교류뿐"이라며 "한나라당의 얘기는 경제교류를 중단하자는 경솔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盧후보는 "북한은 한·미·일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 문제는 대화로 풀 수 있다"며 "(대북)제재를 함부로 얘기하는 건 평화를 유지하자는 얘기가 못된다"고 주장했다.

盧후보 진영은 종반 변수로 떠오른 북한 핵 파문이 일단은 악재(惡材)라고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색깔공세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 등 국군 통수권자로서 자격이 없는 분이 안보문제를 거듭 말하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역공했다.

이해찬(李海瓚)기획본부장은 "유권자들은 (북풍)공작을 하도 당해 면역이 많이 됐다"며 핵 파문의 파급효과를 평가절하한 뒤 "기본적으로 발전시설의 재가동 문제를 일부 언론이 핵무기 재가동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핵 시설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북한의 선언, 즉 제네바 합의 파기가 5일 남은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선거 때마다 막판에 돌출한 '북한 변수'가 이번에도 등장한 것이다. 관건은 북한 핵 문제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한 목소리로 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다짐하지만 둘의 대응엔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李후보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햇볕정책을 비판했다. 盧후보는 기자회견 대신 유세를 통해 북핵 해결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핵 위기가 민심을 흔들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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