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부애 보여 드려요" KBS '아내'로 TV 복귀하는 김희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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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본 연습을 할 때 속이 울렁거려 혼났어요. 등에 식은 땀까지 났다니까요. 그렇게 오래 해왔던 연기인데…. 마치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너무 주부로만 살았나?"

탤런트 김희애(35·사진). 그녀가 돌아온다. KBS가 '고독'의 후속으로 내년 1월 6일부터 방송할 월·화 드라마 '아내'를 통해서다. 1999년 MBC 일일 연속극에 잠시 얼굴을 비춘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연기에 나서는 건 95년 '까레이스키' 이후 7년 만이라고 한다.

"솔직히 결혼하고 싶어 브라운관을 떠났어요. 다음해에 남편(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으니 일단 성공한 것 아닌가요? 그리고는 두 아이 키우는 데에만 열중했어요. CF 한두 편 출연한 것 빼고요. 그런데 점점 연기의 갈증이 저를 괴롭히는 거예요." 똑 부러지는 말투는 예전 그대로다. 또 용모는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비결을 물으니 그 사이 단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무의식은 언젠가 다가올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82년 KBS가 같은 제목으로 방영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교통 사고를 당해 기억을 상실한 한 남자가 자신을 구해준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지만, 기억을 되찾은 뒤 원래 아내를 만나 괴로워한다는 내용이다. 이번에 리메이크되는 '아내'도 이 내용을 그대로 따르지만, 대사를 현대 감각에 맞게 고치고 일부 조연을 새로 집어 넣을 계획이다. 당시 한진희·김자옥·유지인 트리오는 유동근·김희애·엄정화로 바뀌었다. 여기서 김씨는 실종된 남편을 7년이나 기다리며 혼자 사는 본부인 김나영 역이다.

"시청자들은 배우를 연기자로만 봐 주지 않고 실제의 모습과 겹쳐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오랜만에 TV에 복귀하는 배우들의 실패가 잦은 것도 그런 이유죠. 다행히 저는 주부 역을 맡게 돼 큰 부담은 없어요. 대본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남편 이찬진씨도 "이런 작품이라면 복귀작으로 충분하다"며 격려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불륜과 폭력이 판치는 드라마 풍토에서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감성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세상에 촉촉한 사랑의 단비를 뿌려 주고 싶다는 것이다.

"진정한 부부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요. 부부가 너무나 쉽게 갈라서는 세상이잖아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시청률에서도 경쟁상대인 '야인시대'를 누르고 싶어요. 왠지 느낌이 좋아요."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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