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과연 얼마나 정확히 민심을 반영할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론조사마다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10일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를 보면 A기관 조사에선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격차가 줄어들었으나 B, C기관 조사에선 차이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충청권·PK(부산·경남) 등 주요 전략지구에서도 어떤 조사는 李·盧후보의 차이가 줄어든 반면, 다른 조사에선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담당자들은 "선거 여론조사에선 구체적인 수치보다 추세가 더 중요한데 이게 엉클어지고 있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한나라당은 "李후보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향이 늘어났다"며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李후보가 다소 뒤지는 것 같지만 실제론 우리가 앞선다"고 주장한다. 당 자체 자동응답전화(ARS) 조사에서도 응답률이 과거 15%대에서 6∼7%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냥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공무원 같은 직업군에선 도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 전화를 끊고, 후보 단일화 이후 李후보 지지자들이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또래효과(peer effect)가 생겨났다는 게 한나라당의 해석이다. '역선택'이란 용어가 유행하는 것도 유권자들이 속마음을 감추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서울지역 3개구에서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전화조사와 밀봉된 봉투에 써넣는 방식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11일 조사 때 수도권에서 영남말씨를 쓰는 사람들이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응답 포기는 여론조사 홍수 현상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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