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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核시설 재개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은 미국이 중유공급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한 보복으로 핵시설의 가동과 건설을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북한과 미국이 맺었던 제네바 기본합의 체제가 사실상 파기되는 형세가 되고 있다. 한반도에 초긴장 상태가 조성돼서는 안된다. 북한은 그런 조처를 즉각 철회하고, 북·미는 물론 남북이 이 위기국면을 풀기 위한 대화체제를 바로 가동시켜야 한다.

북한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 내용은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에 대해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 수위의 대응책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중유공급 중단사태에 직면, 고강도의 위협적 대책을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온 것은 북한 화물선의 공해상 검색 및 일시적 억류 등에 대한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성명을 자세히 보면 북한이 당장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려는 의도라기보다 미국에 대해 대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뜻을 행간에서 읽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켈리 미국 특사의 평양 방문시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이 아닌 데도 북한이 시인했다고 미국이 둘러씌우고 있다는 투로 강조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자의대로 북한 측 입장을 해석해 중유공급을 중단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북한은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핵시설의 재동결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끝맺음으로써 대미 협상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은연중 보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이런 벼랑끝 전술을 유화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에 있다. 부시 행정부의 속성상 북한이 원하는 대로 호락호락 응할 것 같지 않아 한동안 북·미 간 대치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반도 위기국면의 해소를 위해 북·미 간의 대화체제를 유도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와도 긴밀히 협력해 북한을 설득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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