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미·일 경제 진단] 미국 '맑음'… 일본 '흐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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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맑음'

FRB '경기 확장중'

최근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재정.경상수지 적자가 여전히 최악이지만 지난해 말 이후 가계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거시경제 지표들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9일(현지시간) 올 들어 처음 발표한 '베이지북(Beige Book)'에서 "지난해 말과 올 초 사이 미국 경제가 더 강해졌으며 인플레 압력은 잘 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FRB는 12개 연방준비은행의 관할지역 중 혼조세를 보인 클리블랜드를 제외한 11개 지역에서 "경기가 확장중"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가계 소비와 소매 판매량도 최근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뉴욕.보스턴.하와이의 관광 수입 증가도 한몫했다.

제조업도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큰 폭으로 줄었던 주택 착공 건수는 12월에 7년 만에 최대치로 늘어났으며, 실업률도 지난해 12월 5.4%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 동향에 대해 베이지 북은"인플레 압력이 12월과 1월 초에 걸쳐 대체로 계속 억제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의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지북=FRB 산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기업인.경제학자.시장 전문가 등의 견해와 각 지역의 경기상황을 조사.분석한 것을 한데 묶어 연간 8회 발표한다.

산업생산활동.소비동향.물가.노동시장상황 등 모든 경기지표들이 망라돼 '미국경제 동향 종합보고서'로 불린다. 표지가 베이지색이며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주요 판단자료로 활용된다.

장세정 기자

*** 일본 '흐림'

일본은행 '올해도 디플레'

지난해까지 6년째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을 겪은 일본경제가 올해도 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있다. 지난해 중반까지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소 활기를 잃은 결과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일본은행이 일본의 소비자 물가가 올해 0.1% 오를 것이라던 당초 목표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는 이에 앞서 지난 19일 금융정책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정보기술(IT)과 전자산업 분야의 일부 기업들이 재고 조절을 위해 감산에 나서는 등 경기 회복이 예상에 못미치고 있다"며 "올 경제성장률이 2004년의 2.5%보다 낮은 1.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후쿠이 총재는 "전화요금의 인하 등도 소비자 물가지수를 낮출 것으로 보여 올해도 디플레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로(0)' 금리를 골자로 하는 현행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이에 따라 유동성 공급 목표(시중은행 당좌예금 잔고) 상한선을 현재의 35조엔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FT는 그러나 일본은행이 올 하반기부터는 전자업체의 재고 조절이 끝나면서 경기가 물가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회복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HSBC의 이코노미스트 피터 모건은 "일본 경제는 장기적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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