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새 만들고 남은 금 900g 행방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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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07년 새로 만든 4대 국새(國璽·사진)가 전통 방식이 아닌 현대식으로 제작됐으며 국새를 제조하고 남은 금 800~900g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는 국새에 금이 가자 2007년 6월 국새 전문가 민홍규(56)씨를 단장으로 하는 국새제작단을 구성해 새로 국새를 만들었다. 그해 12월 국새가 완성되자 정부는 ‘대왕가마’라는 전통가마에서 구워내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국새제작단에 참여한 A씨는 18일 “국새를 만들 때 사용한 거푸집을 전통 기법이 아닌 현대식 가마에서 구웠고, 당초 금·은·구리·아연·주석을 성분으로 사용하기로 했으나 주석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국립민속박물관이 편찬한 국새 백서에도 “국새 거푸집을 현대식 가마에서 구웠다”고 기록돼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주석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A씨는 “국새제작단이 순금 3000g을 구입했으나 도장을 만드는 데 들어간 것을 뺀 800∼900g(213∼240돈)을 민씨가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격으로 4000만원 정도다. 이와 관련해 A씨는 “2007년 민씨의 지시로 당시 여당 의원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와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에게 주기 위해 가로·세로 각 1.5㎝, 높이 5.5㎝ 크기의 14K 금합금 도장 13개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씨는 “국새를 제작하기 전 여러 차례 실험을 하면서 금이 많이 들어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금 2㎏을 더 넣어 옥새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국새 제작 후 남은 밤톨만 한 금 두 덩이를 가져갔는데 그마저도 국새를 성공적으로 만들게 된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올리는 제례의식인 시금제에 모두 썼다고 반박했다. 민씨는 “국새를 만들 때 재료의 무게를 일일이 재지 않아 모르겠지만 금 800g을 횡령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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