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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경제공약 지상대결]한나라 "규제 풀어 활력" 민주당 "성장위한 분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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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회=워낙 자주 만나 입장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사이지요? 얼마 전에는 변질될 뻔했던 경제자유구역법을 두 분의 합의로 큰 훼손 없이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자, 양당의 대선 공약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입니까.

▶김효석(金孝錫)의원=재벌정책 부분이 가장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집단소송·총액출자제한·재벌상속 등에서 다릅니다.

▶임태희(任太熙)의원=서로의 공약에는 명확히 들어있지 않지만 공약 철학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가능한 한 적게 거둬 적게 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많이 걷고 많이 쓰자는 주의입니다. 민주당은 또 분배를 강조하고 있고.

▶사회=서로의 분석에 동의합니까.

▶金=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분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나눠먹기식 분배는 아닙니다.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선순환적 분배를 말하는 것이지. 성장에 짐이 되는 분배는 다 뺐습니다.

▶사회=구체적으로 뭘 뺐습니까.

▶金=프랑스에서 하고 있는 과도한 최저임금보장제 같은 제도를 우리는 반대합니다. 길게 보면 되레 고용에 짐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신 종업원지주제 같은 것은 성장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분배 정책입니다.

▶사회=종업원지주제는 노사가 합의할 일인데, 설마 강제로 하게한다는 건 아니지요?

▶金=잘 안되고 있으니 인센티브를 줘서 유도하자는 겁니다.

▶任=그런 걸 반대할 당이 있습니까. 인센티브 방식으로 한다면 좋은 제도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과연 과도한 최저임금보장제를 반대하고 있나요? 노무현(盧武鉉)후보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金=당에서 공약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분배 못지 않게 성장을 중시한다는 것은 우리가 집권 기간 중 연평균 7%의 실질성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한나라당이 제시한 6% 성장보다 1%포인트 높습니다.

▶사회=매년 6∼7% 실질성장이라….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요?

▶任=우리 당은 6%를 제시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능력으로 6% 넘게 성장하면 경상수지는 적자가 나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통신은 물론 생산능력을 늘리는 기업투자를 중시하는 것이지요. 생산능력을 늘리지 않고 6∼7% 성장을 지속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피할 수 없습니다.

▶金=한나라당 6%를 보고 민주당이 7%를 내놓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盧후보가 이회창(李會昌)후보보다 1%포인트 정도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노사갈등을 줄이고 시장을 투명하게 하면 7%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노사갈등 문제를 거론했는데, 어느 당이 집권하든 내년에 노조·농민 등 이익단체들의 주장이 굉장히 거셀텐데요.

▶任=농민 문제와 농업 문제를 분리해서 농민 문제는 복지정책으로 풀어야 합니다. 농산물 값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의 소득을 지지하자는 겁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이 진전되며 손해를 보는 계층에 대해서는 소득을 보전해줘야 합니다. 그걸 농어촌복지특별법 같은 법으로 규정을 해놓아야 합니다. 특별 재원을 만들어 농어촌에 투자를 해서 농업 인구는 줄이고 농촌 인구는 늘게 해야지요.

▶사회=농어촌복지특별법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같은 입장 아닙니까?

▶金=이름도 같고 내용도 똑같습니다. 다 같이 한 겁니다. 국민의 정부에서 가장 지지부진했던 정책이 FTA였습니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으니 FTA는 적극 추진해야 하는데, 농민단체는 굉장히 반발할 겁니다. 그들을 원칙과 철학으로 설득해야만 합니다. FTA를 하면 이득을 보는 산업에서 농어민을 지원해줘야 하고, 이를 법에 의해 제도화해 농어민을 안심시키고 FTA를 추진하는 것이 낫습니다.

▶사회=이를테면 휴대전화 쪽에서 돈을 걷어 마늘 농가 주자는 식인데, 그 방법은 뭡니까. 수출세라도 걷겠다는 겁니까.

▶任=구체적 정책수단은 더 연구해야 합니다. 일종의 조정관세·할당관세 같은 것을 만들어놓고 설득하는 것도 포함해.

▶金=농촌은 경쟁력만으로 이야기 할 수 없어요. 필리핀의 경우 보조금을 끊으니까 현재 쌀 자급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보조금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별 문제가 안됩니다. 그런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자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회=농어촌 문제는 양당이 같은 생각이지만 재원 마련 등 구체적 방안을 아직 내놓고 있지 못하는 것 같군요. 노사관계에 대한 양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양당 모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조심하는 것 같던데.

▶任=신분의 불안에서 투쟁의 명분이 생깁니다. 결국 노사정위의 기능을 강화해 철저한 대화시스템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단순 협의기구가 아니라 정책적 의미를 갖도록 실질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이지요.

▶金=노사갈등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연간 몇조원씩의 짐이 되고 있어요.그래서 우리 당이 집권하면 盧후보가 노사갈등의 중재자로서 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겁니다. 盧후보가 너무 노(勞)쪽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대화도 좋고 중재도 좋은데 법을 어기는 일에 대해서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원칙을 분명히 지켜야 할 것 아닙니까.

▶金=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가 가장 쉬운 구조조정 수단이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정리해고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 돼야지 손쉽다고 사람을 우선적으로 내모는 것은 안됩니다. 사람을 너무 쉽게 내보내면 미래 투자에 소홀하게 되지요.

▶사회=동감입니다. 그러나 정리해고를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쓰겠다는 기업도 있고, 또 그 판단은 기업이 노사협의를 통해 알아서 할 일인데 정당 입장에서 그걸 어떻게 제도화하자는 겁니까.

▶金=고용시장의 유연성은 유지하되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任=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빌미로 해 너무 쉽게 해고를 한 것 아닌가하는 반성은 맞지만, 결국 고용조정이 자유로워야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사회=얼마 전 경제자유구역법을 통과시킬 때 두 분 모두 노동·교육분야에서의 예외를 인정하면 안된다는 압력을 많이 받았지요?

▶任=기본 철학은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金=국내 기준을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사회=이제 선거는 열흘도 안남았습니다. 경제분야에서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까.

▶金=盧후보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있습니다. 盧후보가 집권하면 기업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盧후보는 분배만 생각하는 사람 아닌가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당 정책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려면 경제정의가 바로 서야 하고 공정경쟁의 틀을 확립해야 하며, 재벌개혁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동북아 비즈니스를 누가 더 잘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데, 이것도 남북 평화·대화 기조가 정착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북 상호주의인 한나라당은 어렵고 우리 당이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任=우리 당은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기업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을 집중 지원하며, 북방교역을 통해 시장을 해결해가자는 것이 그런 겁니다. 또 하나 인구구조와 관련해 깊이 검토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지금 인구는 30,40대가 가장 많지만 20대부터 줄기 시작, 10대는 확 줄어듭니다. 앞으로 10∼15년이면 30,40대 인구는 지금보다 약 1백만명 줄어들 겁니다. 그때에 대비하려면 젊은 층의 사회진출 시기를 4∼5년 정도 앞당겨줘야 합니다. 학교도 조기졸업할 수 있게 하고, 군대도 과학군대로 가면서 병역 복무기간을 단축해야 합니다. 요컨대 현재와 미래의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리 대처하자는 것입니다.

경제 분야에 대한 대통령 후보 TV 토론이 10일 열린다. 그러나 1분∼1분30초 만에 단답형 질문·응답이 세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해서야 깊이 있는 토론은 기대할 수 없다. 경제 문제는 더욱 그렇다. TV 토론에 앞서 한나라·민주 양당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제2정책조정위원장을 만나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 이야기했다.

<참석자>▶임태희 의원(한나라·성남 분당을)▶김효석 의원(민주·전남 담양-곡성-장성)사회=김수길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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