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⑤.신협·저축은행]수산물·택시 담보대출 틈새를 찍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8면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과 신용협동조합은 올해 진퇴양난의 수난을 겪었다.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금업체를 차린다고 나서고, 사채업체들이 정부의 이자제한(연 66%) 규제로 인해 이율을 확 낮춘 대부업체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회사가 위 아래에서 저축은행과 신협의 영역을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도 저축은행은 3백10만명의 고객을 상대로 지난 6월 결산에서 1천7백억원의 흑자를 내는 기염을 토했다. 신협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서 부실 조합들을 정리한 것을 계기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올 한해 저축은행과 신협은 업종의 특성에 맞게 예금상품보다는 각각 특화된 대출상품이나 공제상품(보험)으로 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화두는 인터넷대출과 화상대출=제주도 일도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金모(37·여)씨는 지난 달 제주시에 있는 저축은행 모집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미용실 운영자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사무실에 가보니 PC방처럼 컴퓨터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스캐너를 통해 미용실 등록증·임대차보증서류 등을 서울 푸른저축은행·경북저축은행·대전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으로 보낸 뒤 모니터 앞에서 각 저축은행 본사 직원들과 화상대화를 벌였다. 결국 그는 푸른저축은행 등 3개 금융사로부터 연이율 48%에 5백만원을 대출받았다. 이처럼 저축은행 모집인을 통해 서울 등에 직접 가지 않아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대출받는 상품이 화상대출 상품이다. 대표적인 것이 푸른저축은행의 I뱅킹. 최고 연이율 58%의 이 상품은 만 20세에서 45세까지의 직장 또는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최고 8백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올들어 푸른저축은행의 소액대출 규모는 1천9백억원. 이중 I뱅킹 상품을 통한 대출규모가 무려 4백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대출 역시 올해 인기상품이다. 현대스위스의 경우 별도로 인터넷대출 전용 사이트(www.alpsloan.com)를 개설해놓고 있을 정도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772퀵론'과 '882우량직장대출' 두 코너가 나온다. 772는 신용불량자를 제외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최고 6백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며, 882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고 3천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올 10월부터 판매된 상품이지만 벌써 50억원의 대출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스위스의 김용섭 기획실장은 "지난해에는 소액 신용대출 상품이 인기를 끌었고, 올해는 인터넷과 화상을 이용한 대출 상품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틈새 상품으로 자구 노력=올해 저축은행은 4년동안의 만성 적자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변신은 올해 각종 틈새 상품을 개발한 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상품명도 '수산물 담보대출' '납골당 대출' '새벽대출' 등 다채롭고 각양각색이다. 수산물 담보대출은 한마음·부민저축은행 등에서 취급하고 있으며, 냉동수산물의 수입업자나 선주들이 수산물 창고에서 경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운영자금을 마련한다는데 착안한 상품이다. 대백저축은행에서 팔고 있는 납골당대출은 화장후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할 때 회원증서 원본을 담보로 3백만원 한도내에서 연 17%로 대출해주는 상품. 대출기간은 2,3년으로 돈을 갚으면 증서를 돌려받는다.

개인택시 담보대출(한서저축은행)도 있다. 개인택시 영업권을 보유한 택시 운영자를 대상으로 3∼5년 동안 3천만원까지 연 13%로 신용 대출해주며 담보로 운행하고 있는 자동차에 근저당을 설정한다.

귀금속을 담보로 한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한신저축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이 상품(골드론)은 다이아몬드·금반지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돈이 필요할 때 이를 저당잡히는 상품이다.

이밖에 새벽대출(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2순위담보대출(프라임저축은행)도 있다. 새벽대출은 우유배달원·신문배달원·환경미화원 등 새벽에 일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무담보·무보증으로 돈을 빌려준다.2순위 담보대출은 오피스텔·상가 등 건물 신축·매입시 은행에서 1순위로 대출받았으나 자금이 더 필요한 경우 2순위로 원하는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 대출금액은 1억원에서 최고 24억원까지다.금리는 연 13∼15%. 한편 저축은행의 예금상품 역시 은행권보다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고 있다.정기예금 1년짜리가 통상 연 6%대다.

◇보험 특화상품이 신협상품의 주류=신협은 올 한해 동안 시중은행보다는 높은 금리와 보험을 곁들인 공제상품으로 고객유치에 나섰다. 대표 상품이 '무지개 파워플러스공제'. 한달에 1만원 미만의 싼 보험료를 내고 모든 재해로 인한 사망·장해·입원 때 최고 1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5%로 세금혜택도 받을 수 있다.올들어 10월 말까지 5만4천여건,85억원의 계약실적을 올렸다.'만수무강 암공제'는 암전문 보험상품으로,금리는 연 5.5%다.2만1천여건,4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어린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와 질병에 대비한 'i사랑어린이공제'는 백혈병까지 보장대상에 포함하고 있다.'싱글벙글 운전자공제'는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벌금과 형사합의 지원금·면허정지 위로금·면허취소 위로금까지 보장받는다.

신협은 특히 올 9월부터 금리 연 5%의 '종신공제' 상품을 들고 나왔다. 보험사의 종신보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신상품이라 계약건수는 아직 5천건 정도에 불과하나 내년까지 이어질 대표상품으로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선구 기자 sung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