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SOFA 고쳐야 韓·美관계 도움" 盧 "집권하면 부시 만나 개정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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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반미 정서가 막바지 대선변수로 떠오르면서 각 후보 진영이 대처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이 문제가 지지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8일 미군 무한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경기도 양주의 심미선·신효순양 집을 찾았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로, 이날 강원도 유세가 폭설로 취소되자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李후보로서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 측과 가깝다는 선입관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李후보는 지난 7일 오후엔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 대사를 만났고,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미사에도 참석했다. 李후보는 허버드 대사에게 "부시 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하며, 대사를 통한 간접적 사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고쳐지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한·미 관계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서도 개정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이에 허버드 대사는 "다시 한번 사과한다"며 "李후보의 뜻을 미국 정부에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盧후보는 7일 대구 유세에서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불평등한 SOFA를 고치겠다"며 "이른 시일 내에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SOFA를 개정해야 한·미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것을 역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간부들도 거들고 나섰다. 조순형(趙舜衡)선대위 공동위원장은 8일 "한·미 연례안보회의에서 이준(李俊)국방장관이 SOFA 개정을 요구했으나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주의 깊게 경청했다'고 했는데, 이런 회담을 왜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趙위원장은 특히 "주한미군의 훈련여건과 안정적 주둔환경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주권국가로서 자존심도 없느냐"며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면담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盧후보 측은 '노무현 브리핑'이란 보도자료에서 "국내 대표적 보수논객인 C씨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우파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였던 李후보의 최근 행태가 일대 혼란에 빠지며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꼬집었다.

남정호·강민석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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