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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야]李 "5세까지 무상", "50% 국가부담" 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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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 모두 '친(親)여성 후보'라고 자처한다. 이 점은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후보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들의 여성정책은 대부분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한 여성정책 기본 계획을 그대로 따른다. 여성부가 추진 중이거나 여성계가 주장해 온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일이 가까워올수록 당초 자신의 입장을 바꾸어 핵심 사안에서 대체로 같은 입장이 됐다.

후보들의 이와 같은 '친여성'정책들은 유권자의 51%를 차지하는 여성표를 지나치게 의식한 '홍보용'이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실현 가능성뿐만 아니라 실현 의지도 의심스럽게 됐다.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에서 후보들은 대체로 여성계와 다른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다. 연간 수조원의 예산 지출이 예상되는 보육 문제에선 재원(財源)조달 방안이 들어 있지 않다.

대선여성연대 이구경숙 정책부장은 "여성계가 후보들에게 여성 현안 해결 방안을 끊임없이 요구하자 후보들이 여성계 요구를 경쟁적으로 받아들여 결과적으로 모두 비슷하게 됐다"며 "여성정책 분야는 대통령이 된 뒤 얼마나 공약을 잘 이행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호주제 폐지=세 후보 모두 기본적으로 폐지의 입장이다. 李후보는 단계적 폐지론을 주장한다. 먼저 친양자(親養子)제도를 도입하고 호주승계 순위를 조정한 뒤 임기 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여성계의 요구와 유림의 반발 모두를 고려한 방안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해 가장 점진적이다.

盧후보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1년 이내에 호주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남자가 호주(戶主)가 되는 가족 편제가 아니라 가족 공동 명의의 호적 편제 방식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호주제 즉각 폐지를 주장한 權후보는 개인마다 호적을 갖는 '1인 1적(籍)'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가장 낮다는 평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세 후보간 차이가 거의 없다. 李·盧후보는 각각 임기 중 1백만·50만개의 여성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李후보는 취업연령제한 폐지·공공직업훈련 강화 등의 방법으로 고학력 주부 인력의 재취업을 강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盧후보는 고용 불평등을 해소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선진국 수준인 60%까지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용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상의 절차 강화에 역점을 뒀다.

權후보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전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과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보호를 위한 노동법 개정을 강조했다.

현재 매달 20만원씩 지급되는 육아휴직 급여에 대해서도 세 후보 모두 "현실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盧후보는 평균 임금의 40%(48만4천8백원선), 權후보는 70%(84만8천4백원선)를 제시했다. 李후보는 액수 제시 없이 "현실화하겠다"고만 밝혔다.

◇보육=여성의 사회 진출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사안인 만큼 李·盧후보 모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부담을 주장하는 입장도 같다.

李후보는 지금보다 두배 이상인 연간 9천6백억원을 보육 예산에 투입하고 만 5세 이하 유아에 대해 무상교육 및 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盧후보는 보육료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연간 1조7천8백억원)하겠다고 말했으며 공공기관의 방과 후 보육시설로 활용,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방과 후 보육교사 양성 등을 제안했다.

權후보는 영아보육법을 제정하고 영아시설 중 50% 이상을 국·공립으로 하는 등 유아 보육의 공교육화를 주장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세 후보의 의지와 달리 보육 예산의 확보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유아 무상교육·보육(李후보), 방과 후 보육(盧후보) 등의 공약은 이미 현행 법에서 시행 중이거나 현 정부에서 추진하다 실패한 재탕 공약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특별취재팀(여성분야)=생활레저부 손민호·김선하·이경희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자문단=한국여성개발원 김태홍 노동통계연구부장, 장혜경 가정가족복지연구부장, 대선여성연대 이구경숙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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