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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大入 상담업 호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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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치동 ○○학원 원장 등 스타강사 총출동''족집게 진학상담가가 같은 점수로 더 좋은 대학 가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복잡한 대입 전형으로 입시지도에 골머리를 앓는 일선 학교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사설 입시상담기관의 광고문구다.

수능점수 발표 후 수험생들이 대입원서 작성에 또 한번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ARS 입시상담 등 신종 입시산업이 등장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일선 고교는 진학지도에 손을 쓰지 못한 채 사설 입시기관의 배치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수능 총점 순위는 발표되지 않고 일부 영역 반영·가중치 적용 등 대입 전형이 학교별·학부별로 복잡·다양해지면서 공교육 진학지도의 사설기관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입시산업 호황=수능점수·내신성적을 입력하면 지원가능한 대학·학과를 보여주는 맞춤형 온라인 배치기준표, 1:1 전화입시상담 서비스, 대입지원가능 예상점수검색서비스…. 점수 하락과 정보 부족 때문에 막막해진 수험생들을 겨냥, 신종 입시상담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유명학원 입시강사들로부터 1:1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는 ARS 입시상담 서비스. 현재 유료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10여개로, 이들이 운영하는 서비스 번호가 70여개나 된다. 한 ARS 입시상담업체 관계자는 "3일 하루에만 1만통이 넘는 전화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전·현직 학원강사 등 2백30여명의 상담요원을 확보해 수험생들과 1:1 전화상담을 해주고 있다. 정보이용료는 30초당 1천5백∼1천8백원선. 수험생 1인당 보통 2만∼5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있다.

한 입시전문학원은 수능성적만 입력하면 지원가능한 대학·학과를 예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뒤 특정 대학에 지원하면 인터넷상의 지원자 현황에 따라 예상합격선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전화·인터넷 상담을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지 맹신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손 놓은 일선 고교=3일 오전 서울 C고 3학년 담임교사 10여명은 진로상담실에서 입시지도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입시학원의 배치기준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입시상담을 할 수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이 학교 金모 교사는 "총점 분포가 발표되지 않아 독자적인 지원기준 마련은 포기한 채 사설학원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S고의 李모 진학부장은 "어떤 학생들은 아예 ARS 등 사설기관의 입시상담 결과를 갖고 와서 상담하려 한다"며 "진학지도 기능의 사설기관 의존도가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능 총점분포를 공개해 일선학교 교사들의 진학지도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 교수는 "서열화를 막는다는 교육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 수험생·교사들이 정보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총점분포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현목·김현경 기자

gojhm@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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