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범죄 초동수사 참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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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일 미군 무한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한·미 양측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더욱 개선해 한·미 동맹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개선책 마련을 내각에 지시했다.

金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다음주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와 SOFA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총리실이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8면>

이어 金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한·미 동맹관계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사과의 뜻과 함께 애도와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협력 약속을 재확인한 것도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과 발전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金대통령은 "미국의 정책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지만 무차별적인 반미풍조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의사 표시는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불법이나 폭력시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엄중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세계 80개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SOFA를 한국만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오후 외교·국방·법무부 등 관계부처 실무국장 회의에 이어 4일 김석수(金碩洙)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주한미군이 중대한 범죄나 사고를 저질렀을 때 한국 수사당국의 초동수사 참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미군측과 협의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군의 공무수행 중 사건·사고 발생시 한국의 검찰·경찰이 수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한·미합동위원회 산하 형사분과위원회의 합의사항에 포함시키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내용은 미군이 한국인을 사상케 하거나 재산피해를 낸 중대 사건을 저질렀을 때 함께 사건현장에 출동하고 관계자의 진술을 청취하는 방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SOFA 본 규정 자체를 다시 고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다만 한·미 양국 우호관계 설정을 위해 양해각서 체결 등 SOFA의 세부 운용규칙의 개정은 상시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종혁·장정훈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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