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엄지족'전용 한글 키보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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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마우스형·리모컨형·중증장애인형·스틱형 등 네 가지의 '엄지키보드'(왼쪽부터 시계방향).

한글 문자를 입력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키보드 버튼은 몇 개일까? 보통 컴퓨터 키보드를 생각하면 27개(시프트키 포함)일 것 같고, 휴대전화의 자판을 떠올리면 10개가 마지노선일 듯싶다. 그러나 정답은 '2개'다. 현재까지 특허출원된 것으로 보면 그렇다.

경북 포항의 임성호(40)씨가 발명한 '엄지 키보드'는 버튼 2개로 모든 한글의 자음.모음 조합을 입력할 수 있다. 19개의 초성과 21개의 중성, 28가지의 종성을 모두 조합하면 무려 1만1172개나 되는 글자들을 버튼 2개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개의 버튼 위에 한글 자모가 빼곡히 그려져 있는 모습이 복잡해 보이지만 그 원리는 간단하다(왼쪽 위 사진). 만약 'ㅁ'을 입력하려면 먼저 자음이 적혀 있는 왼쪽 버튼에서 'ㅁ.ㅂ.ㅅ.ㅇ'이 있는 글자 집단 쪽을 누른다. 그러면 기기는 그중 하나를 입력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 뒤 글자 집단 안에서 'ㅁ'의 위치인 왼쪽 상단을 다시 한번 눌러주면 기기는 무엇이 선택됐는지 파악하고 'ㅁ'을 표시장치에 나타내는 것이다. 모음 역시 이런 식으로 이어서 입력하면 된다.

임씨는 이 발명품으로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4 대한민국 특허기술 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분 안에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는 게 임씨의 설명. 익숙해지면 1분에 180타까지 칠 수 있다고 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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