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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변방국가 벗어날 좋은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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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수백 년간에 걸친 화석에너지 시대가 이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지만 당분간은 화석에너지가 주된 에너지로서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10여 년 혹은 그 이후 몇 년이 전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세계 에너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국제에너지회의가 곧 열린다. 9월 12일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다자간 국제에너지회의인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가 그것이다. 에너지 올림픽이라고 불리며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는 100여 개국에서 4000여 명의 에너지 전문가와 일반인이 참석해 약 일주일간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첨단 에너지 기술과 관련 상품들을 전시하는 자리다.

이 국제행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석유 생산국들과 북미·유럽연합(EU)·중국·인도를 포함한 주요 에너지 수입국 모두가 회원국인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가 주최한다. 94개 회원국의 정부 고위 관료, 메이저 석유회사를 비롯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학자와 연구원 등이 두루 참석해 에너지 수급과 지역 간 불균형에 대한 개선방안과 신기술 동향 등을 논의하고 에너지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 회의가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3년 뒤 우리나라 대구에서 차기 총회가 열린다는 점이다. 차기 총회 주최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의 고위 관리, 한국전력·석유공사·가스공사 등 공기업, SK에너지·GS칼텍스·대성그룹 등 민간 기업에서 100여 명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세계에너지총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1월 멕시코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에너지회의이기 때문에 향후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미리 점검할 수 있다. 이번 총회 주제 또한 이를 염두에 둔 듯 ‘글로벌 위기에 지금 대처하자-지구를 위한 에너지 전환’으로 정해졌다. 회의에서는 또 지난 4월 발생한 멕시코만 해양 기름 유출사고의 원인과 책임 범위 및 향후 해양 유전 개발의 위험도를 낮추는 방안 등과 최근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전 세계 기상 이변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분석과 주장 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00개가 넘는 세션이 4일 동안 열리는데 WEC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도 이번 총회 세션에 패널리스트로 초청받아 ‘새로운 에너지 기술과 관련해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기술적·정치적인 도전’이란 주제로 발표한다. 여기서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재정적 지원 문제,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 도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려 한다.

그동안 에너지 변방 국가였던 한국은 이번 총회와 차기 총회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중심국가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몬트리올 총회에서 차기 총회 개최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이를 발판으로 3년 뒤 WEC 대구 총회에서 포스트 석유시대의 에너지 문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에너지 선진국으로서 입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이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역사에 남았듯이 2013년 대구 WE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이번 몬트리올 대회부터 정부와 민간 부문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