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살까… 갈등의 12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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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연말에는 차를 새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계약하고 나서 오랫동안 기다린 차가 12월에 출고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새 차라도 며칠 안 있어 해가 바뀌면 '묵은 차'가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인기 레저차량(RV)이나 고급차 등 일부 차량은 주문이 밀려 있어 지금 계약해도 연내에 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연말 주문을 기피하는 심리 때문에 소형차·준중형차를 중심으로 지금 주문해도 연내에 받을 수 있는 차들이 많아졌다.

출고 적체가 심해 연내에 받기 어려운 차를 계약하려는 소비자는 이것 저것 따질 것도 없지만, 올해 안에 출고되는 차를 계약하려면 득실을 요모조모 따져야 한다.

올해 안에 새 차를 꼭 손에 넣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차를 내년 초에 출고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이미 계약을 해 12월에 차 출고가 예정돼 있는 경우라면 영업사원에게 출고를 내년 초로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요령이다. 계약변경에 따른 소비자들의 책임은 없다.

연말에 차를 구입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연식에 있다. 연식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하나는 차대번호(엔진에 새겨진 엔진고유 번호)에 표시된 자동차 연식이다. 다른 하나는 차가 실제로 판매돼 최초 등록할 때의 연도다.

자동차 회사들은 12월 1일부터 제작되는 차량에 대해 차대번호의 연식을 2003년으로 표시할 수 있다. 2000년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해가 바뀌기 한달 전부터 다음해 연식을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고차를 거래할 때는 통상 최초등록일로 표시되는 연식을 기준으로 삼는다. 2003년식 차량을 구입해 올해 등록할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는 2002년식으로 취급받기 쉽다. 중형차는 구입 후 3∼4년 된 것을 중고차 시장에 내놓았을 때 1년 차이로 1백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며칠 상관으로 중고차값에서 손해를 보기 싫다면 차 구입을 늦추거나 인도받는 날짜를 늦춰야 한다. 12월에 생산된 차를 내년 초 인도받아 등록하면 차대번호와 최초등록일자가 모두 2003년식이 된다.

연말에 차를 구입해도 무방하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특히 요즘 중고차 가격이 연식에 의해 일률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등록연월·주행거리·상태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신차를 5년 이상 보유할 계획이라면 굳이 연말 구입을 꺼릴 필요가 없다는 것.

더구나 자동차 회사들이 12월 초에는 각종 혜택을 내놓기 때문에 오히려 연말에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우차는 대우자동차판매의 워크아웃 졸업 기념으로 일찌감치 할인혜택 등을 내놓았다. 연말까지 L6매그너스2.0에 대해 차량가격의 5%를 할인하거나 12개월 무이자 혜택을 주고 칼로스·레조·마티즈는 3% 할인판매한다.

현대·기아·쌍용차 등도 다음달 초 판매 상황을 감안해 일부 차종에 대해 구체적인 혜택의 종류와 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예년의 경우 중순을 넘기면서 차값 할인·무이자 판매·자동차세 대납·각종 옵션 추가 등의 혜택이 있었다.

신용카드회사들도 차량 구입자에 대해 연말까지 다양한 형태의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다. LG카드는 대우·기아·쌍용차에 대해 6개월,현대·르노삼성차에 대해 4개월까지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연말까지 국내 전 차종에 대해 6개월까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고 있다.

12월 말 구입해 내년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굳이 연말에 구입해야 한다면 다음달 하순까지 출고를 늦춰 내년 초 등록하는 것이다. 차량 등록은 출고 후 열흘 이내(열흘째가 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까지)에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12월 23일 이후 차량을 받아 내년 초에 등록하면 차 회사가 제공하는 혜택도 받고 연식 변경에 따른 손해도 안 보는 셈이다.

다만 자동차 업체들이 연말 연휴로 출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12월 23일 며칠 전에 차를 받는 사람은 등록지체에 따른 과태료(열흘 이내 5만원, 이후 하루 1만원)를 감수하면서 등록을 미루는 방법도 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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